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지친 다리와 용량초과한 머리를 쉬러 미즈 커피에 들어갔다. 간판에는 미즈 커피, 설명판에는 미즈 카페라고 쓰여 있었다. 설명판에 따르면 미즈 카페는 1930년대 건립되어 무역회사로 사용되었던 건축물이었다가 2012년에 근대역사박물관 정면에서 이곳으로 이전, 개축되었다. 이 일대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쌀 수탈의 거점이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의 무역회사와 상업시설이 독점하는 거리가 되었다.
90년대에 여기서 학교를 다닌 지인 말에 따르면 그때에는 군산에 이런 게 없었다고 한다. 미즈 커피가 개축된 게 2012년이라는 걸 보면 박물관 등을 개장하며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로 관광지로 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내가 간 박물관 등 모두 새 건물 느낌이 났었다. 매표소도 무인 자판기 형태로 카드, 현금 모두 쓸 수 있었다.
미즈 커피에서 시킨 키위 요거트. 키위는 씨까지 갈리면 쓴데 아르바이트 생이 잘 몰랐던 듯;; 좀 썼지만 마실만 했다.
물을 담아 준 1회용 종이컵. 에코 종이로 빨리 썩는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 종이 바깥까지 물이 배어나왔다. 코팅을 안해서 빨리 썩는 지도.
1층에 앉아 낙서하며 놀았다. 일행인 여자 손님 둘이 왔다. 그중 한 명이 2층에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2층이 더 좋더라며 친구를 데리고 올라갔다. 나도 궁금해 올라가니 2층이 더 좋았다. 1층은 입식, 일반 카페고 2층은 좌식 전통 느낌이 물씬 났다. 게다가 칸들이 나뉘어 있어 혼자 오니 독방 쓰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끼리 와도 오붓한 느낌이 날 것 같았다.
쉬다 일어나 초원 사진관으로 향했다.
초원 사진관은 1988년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 라는 영화의 배경이었다. 당시 한석규가 영화에서 운영하던 사진관으로 군산시 신창동 오픈 세트에서 촬영되었고, 촬영이 끝난 뒤에 철거되어 원래 형태인 가발 공장 창고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발 공장 창고가 주차장으로 바뀐 뒤 군산시가 부지를 사들여 초원 사진관을 짓고 내부에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소품과 사진을 전시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추억이 새록새록 솟았다. 시간차를 두고 세 번 정도 봤던 걸로 기억한다. 한 번은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였다. 장면마다 영화를 분석하며 보니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심은하 연기도 사랑스러웠다. 심은하가 은퇴했을 때 몇 년 쉬고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관에 가는 길에 까만 고양이를 보았다. 반갑게 인사하자 다가오기에 쓰다듬으려 하니, 먹을 걸 주려 부른 줄 알았는지 어딜 공으로 옥체에 손을 대려 하느냐는 듯 깨무는 시늉을 하고 갔다. 미안;;;
군산에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일명 히로쓰 가옥)도 유명하다는데 아쉽게도 내부 공사중이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 제183호로 일본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이 조화롭게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영화 '타짜', '동갑내기 과외하기2'가 여기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2편이 있었는 줄 이 가옥에 대한 정보를 찾다 알았다.;;; 흥행 못했다고.;;
이제 어디를 갈지 고민하며 지도를 살피니 동국사라는 절이 보였다. 걸어갈 만해 걸었다. 여행 동안 하루에 대충 만 팔천 보를 걸은 듯했다. 이만 보 걷기 쉽지 않더라. 워커라는 만보기 게임을 하고 있다. 걸음을 에너지로 바꿔 행성 탐사를 하는 단순한 게임이다. 단순한 데다 걸음수를 세 주기 때문인지 의외로 오래 하고 있다. 2만 보를 걸으면 우주선을 하나 준다. 이미 그 우주선보다 좋은 우주선이 있어 필요없지만 2만 보를 걸었다는 증명 같은 거잖아? 그런데 진짜 2만 보 채우기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얼마 안남았을 때 휴대전화를 흔들어 2만보를 채우고 해당 우주선을 득했다. *쿨럭*
우리나라 절은 붉은 계열을 쓰지 저렇게 검은색과 흰색을 쓰지 않는다. 일본 절 느낌이 난다 싶더니 일본 스님이 지은 절이었다. 안내판을 인용하자면 "동국사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써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고 한다.
작은 절이었다.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오래 전 혼자 태국 여행을 갔을 때, 어느 절에 들렀었다. 여행기를 뒤지면 정확히 어디인지 나오겠지만 일단;; 넘어가고;; 거기서 스님이 들어와 구경하라는 듯 손짓을 했다. 딱히 호객? 행위를 느껴지지는 않았다. 태국은 더운 나라였다. 안에 들어가니 서늘한 바람이 몰아쳤다. 불당에는 일본식 손흔드는 고양이부터 크고작은 온갖 신의 조각들이 있었고 한쪽에서는 개도 엎드려 자고 있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느낌. 잠시 앉아 있었지만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가 나오자 스님이 원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역시 기록을 찾아봐야;; 생각나겠지만 뭔가 일로 절이 상당부분 파괴되어 있었다.
태국 여행하며 방콕에서는 스님에게도 이끌려 가 보석 상인을 만난 적;;이 있다. 사람이야 뭐 직업?과 상관없이 각양각색인 거니까.
그래도 그날의 기억, 느낌 때문인지 나는 그 뒤 절에 갈 때면 늘 마음이 따뜻해지고는 했다. 한 사람의 작은 몸짓이 남긴 긴 흔적이다.
일본의 전쟁 만행에 대해 참회하는 글을 새긴 비석. 찬찬히 끝까지 읽어보았다.
뒤편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에는 어미가 있었고 바깥에 "고양이 치료 중. 목 칼라 집 등 만지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변에는 새끼 고양이들이 보였다. 자던 새끼 고양이가 우리로 다가가 창살 사이로 어미와 몸을 비볐다. 어미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아직 하늘이 환했다. 나는 잠시 뭘 하면 좋을지 생각에 잠겼다. 초원 사진관 직원 분 말이 은파호수 공원은 저녁에 야경보러 가는 곳이라고 했다. 어떡하지 고민하는데 절 입구에 100년 된 왕대숲이 있다는 팻말이 보였다. 마당에서 일하는 분에게 여쭈니 자기도 여기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00년된 왕대숲이라니! 꺄- 관광정보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나 멋진 거 보는 건가? 들떠서 절 뒤로 돌아갔다.
과연 두께와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이렇게 큰 대나무는 실제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길이 없었다. 그냥 입구에 서서 보다 사진을 찍고 나왔다.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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