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정림사지를 향해 걸을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다리가 너무 아팠다. 길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데 '100년 된 한옥에서 커피 마시고 가세요'라는 입간판이 보였다. 저기서 잠깐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갔다.

 

카페 하품

 

중국 전통 집 중 사합식이라는 게 있다. 사면이 건물이고 정원을 가운데에 놓아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바로 그 사합식 주택처럼 가장자리는 실내 카페고 가운데가 야외, 마당이었다. 당연히 야외 자리에 앉았다. 그늘 따위.. 훗-

카페하품에서. 자몽에이드

 

자몽 덩어리가 큼지막하게 들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자몽 에이드를 자주 마셨는데 여기가 최고였다.

한 시간 정도 멍 때리다 다시 출동했다.

공주와 부여는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다. 눈치껏 길을 건너 정림사지에 도착. 아뿔싸.... 5시면 닫는다;;;

정림사지를 먼저 보고 부소산성에 가야 했다. 정림사지는 사람이 관리해 일찍 닫지만 부소산성은 늦게까지 연다. 어제 공주에서 무령왕릉을 먼저 보고 공산성에 갔다면 둘 다 볼 수 있었다. 그걸 오늘 또 까묵;;;고 그냥 가까운 곳부터 갔다;;;
... 사람이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건 다 거짓말이지. ...

이제 6시도 안 되었는데, 하늘이 환한데, 어떡하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분명 갈만한 곳이 있을 거다. 서동공원이라는 곳이 보였다. 거기다. 마음 다잡고 다시 전진했다. 가는 길에 연잎밥집들이 보인다 싶더니 서동공원도 연꽃이 가득한 곳이었다. 아직 안 피었지만. 다음에 오게 되면 한 일주일 늦게 와 연꽃이 활짝 핀 모습을 봐야지. 이번에는 잊지 말자. ^^

서동공원

저 넓은 호수가 온통 연꽃으로 덮이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래서 다음 해인 2019년에 꼭 공주와 부여를 다시 오리라 결심했었다.

그런데 일이 너무 바빠 못갔다.

올해 초, 코로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상을 지배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생각하기 어려운 지경이 왔다.

 

이 달 말(20년 8월)에 친구와 호캉스 가려던 것도,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가 급 확산세에 들어서며 포기했다.

여행을 생각할 때가 아닌 줄 안다.

많은 의료진들이 고생하고 있다.

 

다만 내 마음 속에서, 작년에 베트남 여행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 와 작년 7월에 공주에 갔어야 하는데! 아이고, 데이고,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인지라;;;;

 

내일이 없을 수 있구나, 라는 걸 새삼 다시 느끼며, 하고 싶은 일은 즉시 해야 한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일찍 핀 아이

 

 

정자에 연꽃잎 장식을 달았다.

 

 

부여화자일지산일유적, 으로 추정한 그네

 

천천히 구경하며 돌았다. 이제 숙소에 가 그림을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았다. 아쉽지만 아쉬워야 또 올 맛이 나겠지.

배가 고팠다. 유명한 분식점이 있다기에 갔는데 가게가 없어진 모양이다;; 숙소가 시장 옆에 있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 는데, 아뿔싸. 여긴 서울이 아니다. 8시도 안 되었는데 가게가 죄 문을 닫았다. 어떡하나 잠시 고민하다 역 근처는 늦게까지 여는 가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가 보았다. 에펠 제과라는 제과점이 보였다. '제과' 오랜만에 보는 단어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소시지빵, 고로케, 크림빵과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고로케는 다 먹었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 (18.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