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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by 운가연 2020. 8. 26.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절을 내려와 은파호수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배차시간을 확인하니 한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던가? 교복입은 아이들은 일상인 듯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거나 자기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기다렸다.

고민하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이번 여행 유일한 택시다. 은파 호수공원까지 4,100원 나왔다. 밤에 오면 좋을 거라더니 약간 휑한 느낌이긴 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갈까, 하는 마음에 호수를 따라 걸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호수가 얼마나 큰지;;;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지.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호수를 보며 걷는 건 즐거웠다.

다리가 나왔다. 제법 길었다.

 

물에 비친 다리

 

조금씩 야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어두워졌다. 다리에서 색색깔로 조명쇼를 했다.

 

그리고 난 다리가 아프고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이 길, 언젠가 끝나긴 끝나는 걸까. 아까 다리를 건너기 전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 숙소가 있는 동네인 영화동으로 가는 길을 물어봤는데, 차라리 돌아서 시작점으로 가는 게 빠를 거라고 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기왕 시작한 거 계속 걸었더랬다.

샛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냥 한 바퀴 돌아야 했다. 내일은 필히 가방을 가볍게 하리라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행히 수채화를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져온 얇은 수채화전용 스케치북이 있었다. 수채화전용 스케치북에 수채화만 하란 법 있어? 거기다 펜으로 그린들, 연필로 그린들. 갸를 들고 다니리라. 어차피 밖에서 수채화 하지도 않는데 수채화 키트도 놓고 나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차가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도로다! 문명 세계에 도착했어. 으아아아앙 ㅠㅠ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어서야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헉....

버스를 타고 영화동에서 내렸다. 배가 고팠다. 낮에 매주 목금토일에 청년 푸드트럭을 연다는 현수막을 본 기억이 났다. 위치도 대충 알고 있었다. 문제는 정말 대충이라는 거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봤던 넓은 광장은 나오지 않았다. 거기가 어디 앞이었더라;;

아, 오늘은 그만 걸어도 될 것 같은데.. 하고 걷다 다시 현수막을 찾았다! 현수막에 위치가 있었다. 진포해양생태공원 주차장이었다. 그거야 네이버 지도에 나오지. 도착!

청년푸드트럭

 

진포해양생태공원 주차장에 색깔만 다른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었다. 청년들이 하는 푸드트럭답게 태국음식, 퓨전 등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한 끝에 불닭새우를 포장하고 맥주 2캔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입구에서 숙소 주인 아주머니를 입구에서 마주쳤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인테리어 일을 하는지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니 낮에 인테리어 하는 사람이 견적 보러 왔다는 말에 난가 싶었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전 놀러 왔어요. 좋은 거 많이 보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갈 거예요. 일 안해요." 라고 했다.

 

인상이 좋고 손님이라 잘해 준다기 보다는, 성격 자체가 환한 분 같았다. 덕분에 숙소에서 머무는 내내 마음이 좋았다.

전주에서 머문 게스트하우스는 텔레비전이 장식품이었다. 딱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너무 조용하니 허전했다.

 

텔은 텔레비전이 나와 아무 예능이나 하나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고, 불닭새우볶음을 먹고, 그림을 좀 그렸다.

글을 안 쓴 날은 죄책감을 느끼고, 글을 못쓴 날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행은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유일한 시간이다. (18.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