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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by 운가연 2020. 8. 26.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베트남 음식점 히치하이커

 

쌀국수

 


어제 바 '차가운 새벽'에서 만난 분이 소개한 베트남 음식점. 이 음식점이 있는 거리가 전주의 '망리단길'이나 '가로수길'이라고 하셨다. 진짜 갈지 안 갈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일단 감사하다고 가보겠다고 했다. 바를 나서는데 끝자리에 앉았던 분이 히치하이커 사장님이었다. 얼결에 인사하고 명함까지 받고 나니 안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 히치하이커를 향해 갔다. 숙소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바지락 라면을 파는 게 보였다. 어제 먹고 싶었는데 아직 오픈을 안해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은 열었더라. 그래, 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살 수 있나. 전주의 가로수길에 가보자!

가는 길에 청소년들이 자기들이 도지사와 교육감을 뽑으면 누가 당선될지 모의 투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고등학생이 내게 다가와 "자녀 분 있으면 데려오세요."라고 했다. 자, 자, 자녀분..... *뒷목잡기*

그, 그, 그래, 낵아 결혼만 일찍 했어도 너만한 애가 있을 나이긴 하지. 당황하는 나를 보고 재밌어하는 고등학생을 두고 튀었다. ㅠㅠ

전주의 가로수길에 도착했다. 자기만의 감각으로 인테리어를 한 술집, 카페들이 보였다. 아점 시간이라 한가했지만 저녁에 오면 좀 더 활기찰 것 같았다. 히치하이커는 선명한 분홍색 창틀, 간판으로 인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갔는데, 어머, 오늘 사장님 안 오는 날이래. ㅋㅋㅋㅋㅋ

그러나 약속은 약속. 어떻든 나는 왔다. 쌀국수를 시켰다. 싱겁게 먹는 편이라 내 입맛에는 약간 짰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짜지 않을 것 같다. 좋아, 전주의 가로수길에서 전주의 젊은이?들이 즐겨 온다는 가게에서 먹었어. 만족. ^^

먹고 다시 길을 돌아 나오는데 심상치 않은 기와 지붕이 보였다. 여긴 뭐지? 오는 길에는 왜 못 봤지? 네이버 지도만 들여다 보느라 놓쳤지.

전주를 찾아온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객사인 풍패지관

 


들어가 한 바퀴 돌았다. 지나던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가듯 앉아있는 모습이 좋았다. 이런 곳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라지만 경복궁, 덕수궁 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다. 집 가까운 곳은 꼭 안 가지. 여행 때는 온갖 곳에 다 가면서 말이야. ㅎ

여행을 떠날 때마다 오히려 가까운 곳에 무심하다는 걸 느낀다. 내 첫 여행이 머나먼 인도였던 것처럼.
한 달에 한 번 즈음은 전시회도 가고, 혼자 갈만한 서울의 명소나 거리를 둘러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한 달이 사흘처럼 순삭되기 시작해 몇 달 잊다가 아, 이 달은 가야지, 다음 달은 가야지, 한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요즘 그걸 절실하게 실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면 몸 상태가 조금씩 메롱해지고, 영양제의 효과를 느끼고, 어릴 때는 길었던 하루가 1시간 처럼 사라지는 게 느껴지는데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풍패지관은 사진으로 올렸다. 그림을 반쯤 그리고 완성을 못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그림을 많이 그리자, 였고 여행기를 모두 그림을 채우리라 다짐했다. 6월에 다녀온 여행을 짬짬이 그려 8월까지 올리다가 어느덧 10월이 되었다.

친구들과 혹은 혼자 경복궁에 그림 그리러 간 적이 있다. 한옥, 기와가 원래 그리기 어렵다지만 내 그림은 참;;; 친구가 내가 그린 찌그러진 향원정을 보고 빵 터져서, 쫓기던 첩자가 중요한 기밀 문서를 경복궁 내 건물에 감추고 어디인지 기억하려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이 엉망이라 영원히 문서를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

이번 여행 때 징하게(?) 기와 지붕을 그리며 적어도 형태는 일그러지지 않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뿌듯했다. 그 재미에 열심히 그렸다. 그러다 내 그림에 내가 질렸다. 정체기가 온 것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처럼 이라는 말처럼 이때 스스로를 독촉하지 말고 꾸준히 그려야 한다. 알면서 손을 놓다가 장편에 들어갔다. 전부터 느낀 건데 장편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건 무리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일하고, 육아까지 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 나는 그럴 수 있는 인간이 아닌가보다.

짧은 기록들을 해 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퇴색하기 마련이다. 결국 여행기를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림은 그리는 대로 짬짬이 올려볼 생각. 이후 올라오는 그림은 새로 그린 건 아니고 여행하며 그린 그림들이다. 당시 건물들은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아 대부분 음식, 카페 낙서 따위다. 많이 아쉽지만 일단은 넘어가야 한다. (18.06.13)

 

* 2년이 지난 2020년 8월 현재 덧붙임

: 결국 이 여행기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때 하지 못하면 영원히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래도 뭐든 하면 한 만큼은 남으리니.

이때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한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지금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여행기를 그림 여행기로 채우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아, 작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기는 필히 그림으로 마무리하리라 다짐, 또 다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