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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by 운가연 2020. 8. 26.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숙소에서 나와 40분 정도 걸어 군산 철도 마을에 도착했다. 철길 마을이라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철거하지 않는 철도 양쪽에 옛날식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떤 가게는 교복을 대여했다.

점빵 노란집

 

 

점빵 노란집

 

 

철거하지 않고 남은 철길에 그린 그림

 

 

사진찍기용 열차

 

외국인이 보였다. 배낭여행을 했던 때가 그리웠다. 한눈에 보아도 다른 인종이 가득한 거리를 이방으로서 걷을 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철도마을 자체에서는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냥 걷는 게 좋았다. 어느 여행이든, 해외든 국내든크게 기대하지 않으면 즐길 수 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군산 3.1운동 역사 공원으로 갔다.

군산 3.1운동 역사 공원 들어가는 길

 

새로 깐 아스팔트 냄새가 났다. 아직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구암교회

 

현판에 쓰인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의사이며 선교자였던 전킨이 1885년 군산에 정착하여, 1888년 구암 교회와 구암예수 병원이 설립된 곳으로 1903년에는 영명학교를 설립해 복음, 의학, 신문학, 교욱 등 근대교육사업이 이루어진 장소이다. 또한 선교사업과 교육 사업으로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만방에 알린 군산지역 3.1 만세운동이 시발점이 된 것이다. 군산시에서 옛 구암 교회를 2007년에 매입해 독립기념관을 조성했다.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안은 볼 수 없었다. 공사하던 아저씨가 위쪽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3.1 독립기념관

 

안에는 아이들이 오면 좋아할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었다. 리듬게임을 이용해 만세운동을 전파하기나 탁본으로 태극기 찍기, 태극기 퍼즐, 태극기 미로 찾기 등등이 있었다. 성인이 의미있는 자료를 보기에는 좀 애매했는데 당시에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갔다. 아침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뭘 먹을까. 하루에 한 번은 김밥을 먹었다.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해당 지역 맛집에 가볼까. 복성루는 걸어서 40분 거리였다. 10분 정도 걷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탔다. 여기도 현찰을 받는다.

줄을 서는 음식점에는 잘 가지 않는다. 겁내 맛있어서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음식보다는, 그 정도는 아닐 지라도 줄 안 서고 들어가는 음식점을 좋아한다.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맛있을까. 고민하며 버스에서 내려 네이버 지도를 보고 걸었다. 주택가에 있어서 처음에는 길을 잘 못 들었나 했을 정도. 입구는 낡고 평범했다. 그냥 동네 짬뽕집으로 보였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입구에 사람이 없어 설마 쉬는 시간인가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늦은 시각이라 줄을 서지 않은 것. 좋았어. 줄까지는 서지 않았을 뿐 자리는 대부분 차 있었다. 짬뽕과 이과두주를 시켰다. ^^

일하시는 분이 다가와 혼자 왔는지 말을 걸었다. ㄴㄹ, ㅈㅁ과 갔던 제주도 한림 칼국수 차림사 분이 생각났다. 굉장히 바쁜 식당일 텐데도 마음에 여유가 느껴졌다. 내 나이도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 3살 어리게 불렀는데 냉큼 맞다고 대답해버렸다. ..... 만으로 하면 뭐. ㅋㅋㅋ

나중에 생각해보건데 내가 실연당해 혼자 왔나 싶어 마음 쓴 것 같기도 하다;;;;

짬뽕이 나왔다. 내가 본 짬뽕 그릇 중 제일 컸다.

복성루 짬뽕 9000원

 

짬뽕집에 갈지 말지 한참 고민한 이유 중 하나가 양이었다. ㄴㄹ, ㅈㅁ과 태백에 여행갔을 때도 짬뽕집에 갔다. 거기도 해산물이 겁내 많아서, 해산물 건져먹다 면은 거의 못 먹어 아까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밥을 추가하는 사람이 있었고, 내 옆에 나보다 먼저 혼자 와 먹던 날씬한 아가씨가 국물까지 거의 다 먹었더라.

듣던대로 해산물 양이 많았고, 특이하게 돼지고기 고명이 있었다. 이과두주를 따라 조금씩 마시며 하나씩 해산물을 섭렵했다. 홍합, 바지락, 꼬막, 오징어 등등 해산물이 진짜 많았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밥을 추가했는지 알았다. 나도 다 먹을 수 있었다. 면이 보통 짬뽕보다 많이 적은 탓이었다. 내게는 겁내 배부르지만 다 먹을 수 있는 양이었고,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밥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 돌아와 아우와 짬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왜 짬뽕은 해산물이 잔뜩 있는데 국물에서 해산물의 시원한 맛이 안 날까. 아우 말이 여러 해산물을 넣으면 오히려 조개의 시원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구나. 그래서 바지락에 무만 넣어 끓여도 국물이 시원한데, 짬뽕은 국물이 시원하지 않구나. 게다가 고추기름도 엄청 들어가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도 있는데 여기는 진심 괜찮았다.

 

게다가 일하시는 분이 너무 친절했다. 이 친절함도 고객 응대 차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가씨 혼자 여행온 게 신기했는지 여러가지 말을 걸었다. 모텔 사장님처럼 성격 자체가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은 듯했다.

 

내 나이도 거의 정확하게 맞추심. ㅋㅋ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나를 조금 걱정하는 듯했다. 여자 혼자 여행 다니는 일이 흔하진 않으니까, 애인이랑 헤어졌나? 무슨 일이 있었나?, 배려하고 염려하는 느낌이 왔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 나는 이 전 해 가을에 15년을 함께 살던 넘들을 떠나보냈다. 미안한 게 너무 많아서, 내일이, 모레가 있을 줄 알았던 내가 너무 미워서, 수시로 눈물이 쏟아졌다.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사랑한다고, 미안했다고, 좋은 곳에서 예쁘게 태어나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러웠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은 그래도 조금 나아졌지만, 이때는 넘들에 대해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다.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져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언젠가 또 군산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들러야지.

 

얼른 가라, 코로나. ㅠㅠㅠㅠ (1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