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by 운가연 2020. 5. 11.

2019년 11월 3일~9일의 다낭, 후에, 호이안 여행기.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1. 베트남, 너로 정했다!

 

동남아를 좋아한다. 태국, 캄보디아 두 곳을 3개월 동안 여행한 게 내 최장 여행 기록이다. 마지막 자유 여행은 07년 필리핀으로 여행 기간은 약 한 달이었다. 그후 꽤 오래 여행 자체를 못하다 몇 년 전부테 해마다 최소 한 번은 친구들과 혹은 혼자 국내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10년 넘게 해외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멀고도 먼 옛날, 내 나이 스무 살에 첫 배낭 여행으로 인도에 가며,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돌아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몇 군데 가본 나라도 없는데 세월은 훌쩍 흘렀다.

 

른들이 이런 저런 영양제를 챙겨 먹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찾아 다니는 걸 "어휴, 왜들 저래." 하던 내가 매일 관절 영양제를 먹고, 파스를 상자 째 사두고, 양 손목과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여름에 낙지를 먹었더니 며칠 몸이 가뿐하다는 걸 느끼게 된 것이다. 세월이여...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모옷 노나니.

 

정말 늙으니 못 놀겠다. 무릎이 아파. ㅠㅠㅠㅠ

 

그러니 여기서 더 늦기 전에, 아직 즐길 수 있을 때 놀고 먹고 즐겨야 하는 것이다. 가자, 자유 여행!

 

목적지는 바로 베트남으로 정했다. 태국, 캄보디아는 다녀왔는데 베트남을 못 가서 전부터 꼭 가고 싶었다. 베트남이나 베트남 관광지 등등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었다. 하지만 본디 여행이란 이유 없이 끌리는 곳에 가는 게 맛 아닌가.

 

베트남은 큰 나라라 국제공항이 다낭, 호치민, 하노이 세 곳에 있었다. 어디로 가서 어디로 나올 것인가. 인터넷보다 책이 익숙한 인간이라, 도서관에서 베트남 여행 책자를 빌려 주요 관광 도시를 살폈다. 고민과 고민 끝에 다낭과 인근 도시인 호이안, 후에로 마음을 굳혔다. 다낭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호이안, 호이안에서 2박, 후에에서 2박, 다낭에서 1박 후 귀국. 좋았어!

 

여행 날짜는 마감 직후로 정했다. 마감 후 여행, 작가의 로망이지. *허리손*

 

.... 마감과 여행 준비를 같이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뿐. *쿨럭*

 

가장 힘들었던 건 숙소 예약이었다. 07년까지만 해도 예약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때는 스마트폰의 시대도 아니었지. 종이 지도를 가지고 다녔고, 호텔이면 모를까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던 터라 해당 도시에 도착해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숙소 중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간 다음에 프론트에서 "방 있어요?" 하는 식이었다. 여행 기간도 최소 보름에서 3개월이었던 터라 크게 일정을 정하지도 않았었다.

 

이번에는 11월 3일부터 8일 밤비행기를 타 9일 오전에 도착하는 5박 7일이었다. 해외 여행은 이렇게 짧게 가 본 적 없었다.

 

같은 해 8월에 다녀온 춘천 여행 마지막 잡은 숙소가 약간 멘붕;;이었던 터라 이번에는 깨끗하고 좋은 숙소로 잡기로 했다.

 

이 숙소를 정하는 게 엄청난 결정 장애를 불러왔다. 내가 국내 여행을 다닐 때 숙소를 고르는 방식은 이러하다. 역 근처에는 대체로 모텔들이 있기 마련. 역에서 내려 모텔들을 살핀다. 외관이 깨끗한 곳이 대체로 내부도 깨끗하다. 거기 들어가서 형광등 조명을 쓰는지 확인한다. 모텔들은 간혹 간접조명만 있는 곳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뭔가 특별하고 좋은 숙소에서 자고 싶은데, 그 특별하고 좋은 숙소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내 기준이 없었다. 언제 그런 곳에서 자 봤어야 말이지. ㅋㅋ

 

숙소를 예약하고 일정을 짜기 좋다는 앱을 하나 깔았다. 다른 앱을 추가로 깔거나, 그 앱에 뜬 숙소 가격을 쿠팡 등과 비교하는 것까지는 포기했다. 여기저기 가격 비교해 싸게 예약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 10월 말까지 마감이 있었고, 사이에 9월 말 마감으로 보냈던 원고의 교정본을 받은 상황.

 

내가 깐 앱은 트리플이었다. 숙소 예약 외에 다른 건 딱히 쓰지 않았다.

 

내가 바란 숙소 조건은 1) 예쁜 곳(.... 추상적이다아아;;;) 2) 저녁 늦게까지 수영장을 개방할 것. 두 가지였다.

 

나중에 깨달았는데 나는 밤에 숙소에서 할 일 없이 멍 때리게 될까봐 두려웠다. 혼자 가는 여행은 가끔 외롭고 텅 빈 시간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럴 여지를 없애려고 했던 것.

 

베트남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영장 딸린 5성급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물 수 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호이안과 후에는 리조트로, 다낭은 가격대비 더 비싼 곳이 크게 더 끌리지는 않아서 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숙소만 달랑 예약하고 마감 + 기타등등으로 가서 뭘 하면 좋을지는 정하지 못한 채 출발일이 왔다. 그거야 뭐, 가서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허리손*

 

2. 구름빵빵 도련님

 

10월 초에 빵이 도련님이 며칠 연이어 토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왔다. 빵이 도련님이 계속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 설사가 잡히나 싶더니 이번에는 구토... 자가면역질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참고로 이 여행기를 쓰는 지금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알러지였다.

 

이때는 아직 설사와 구토의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했을 때였다. 수시로 초음파를 찍느라 배털은 자랄 새가 없었고, 엑스레이도 여러 번 찍고, 변 검사도 하고...

 

일단 설사는 확 줄었는데 약을 먹이면 괜찮고, 먹이지 않으면 토하는 게 반복 되었다. 가까운 병원에서 아무래도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큰 병원도 빵이를 데리고 몇 번 가본 적 있는 곳이었다. 빵이의 상태를 잘 아는 의사 쌤이었다는 것. 이 쌤도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생충 검사를 하자고 했다. 일반적인 항생제로 잡히지 않는 기생충이 있다고. 그런 기생충이 있는 건 아주 드문 일이긴 해도, 자가면역질환이라면 치료가 큰일이라 기생충 검사를 먼저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빵이가 계속 항구토제 등을 먹으며 간이 많이 안 좋아진 상태였다.

 

변 검사는 보통 병원에서 하는 게 있고, 실험실로 보내 정밀하게 검사하는 게 있다. 보통 병원에서 하는 건 여러 번 했었고, 이번에는 실험실로 보내는 변 검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검사는 전에도 이야기가 나온 적 있는데, 한 번은 변 채취가 충분히 되지 않았고, 그 후 사료를 바꿨더니 설사가 눈에 띄게 좋아져서 안했던 것.

 

변을 많이 채취해야 해서 의사 쌤이 빵이를 데리고 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여행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숙소 예약이 전부 환불 불가 조항이 걸린 할인만 아니었어도 바로 안 가기로 했을 텐데. 한참을 고뇌했지만, 빵이가 워낙 활력이 넘치고, 밥도 잘 먹고,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서 가기로 했다.

 

빵이는 그렇게 설사를 하면서도 체중이 늘며 무럭무럭 자랐던 아이. 그저 고마울 뿐.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 후에 나온다고 했다. 이날이 여행 전날인 2일로 나는 아직 짐도 못 쌌던 상황.

 

내 여행 동안 빵이를 ㅇㅇ님께서 맡아 주기로 하셨었다. 그런데 ㅇㅇ님은 2냥이였고 직장인이라 자율 급식을 했다. 빵이는 간식도 끊고, 딱 자기 사료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맡긴다고 부탁해 놓고 철회하게 되어 죄송했지만 ㅇㅇ님님께 양해를 구하고, 고양이는 없지만 고양이를 돌본 경험은 많은 ㅈㅁ에게 맡기기로 했다. ㅇㅇ님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다.

 

ㅇㅇ님께 빵이를 맡아달라고 했던 날 이런 메모를 남겼었다.

 

누군가를 잃고, 몇날 며칠을 울고,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감정일 텐데, 왜 정확히 이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없는지, 혹은 그저 내가 못 찾는 건지...

내 소중한 빵이. 동배형제자매들을 모두 잃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르겠지만, 혼자가 된 빵이가 다른 두 고양이가 있는 곳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다른 두 고양이가 빵이를 잘 받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

 

ㅈㅁ 집에는 고양이 물품이 없기 때문에, ㅈㅁ이 차를 가지고 우리 집에 와서 물품과 함께 빵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빵이가 낯설 테니 자기 집에서 하루 자고 공항으로 가라고 말했다. 고마운 말이오.

 

 

여행하는 동안 ㅈㅁ이 보내준 사진. 아직 낯설어 긴장 모드인 내 구름빵빵

여행하는 동안 ㅈㅁ이 보내준 사진. 아직 낯설어 긴장 모드인 내 구름빵빵 도련님.

 

 

3. 짐을 싸자

 

빵이의 거처는 정해졌다. 이제 짐을 싸야 했다. 갈 때는 에어서울이라 기내 가방이 10kg까지 되지만, 올 때는 비엔젯이라 7kg까지 허용인데 내 캐리어가 3.3kg이었다. *두둥*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1) 추가 비용을 내고 보내는 화물로 보낸다.

2) 가벼운 캐리어를 산다.

3) 짐을 조금 가져간다.

 

나는 3)을 택했다. 여행 다니며 느낀 건데, 의외로 가져가서 안 쓰는 물건 많다. 게다가 오지 여행할 거 아니면 어지간한 건 다 살 수 있다. 일단 싸보고 7kg이 넘으면 물건을 빼기로 했다.

 

베트남은 이때 우기였다. 아우가 가벼운 4단 우산을 줬는데 너무 잘 둬서 어디 있는지 못 찾겠는 거샤. ㅈㅁ은 예정보다 일찍 왔고, 나는 우산을 찾아 삼만리.

 

아우 : 거기서 우산을 샀다가 버리면 되잖아.

나 :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하지만 나 물건 잘 못 버리고, 그 우산은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었단 마랴.

 

근데 아우 말도 일리가 있어서 우산 없이 가기로.

 

여행 짐이야 뻔하지. 잠옷, 외출복, 수영복, 간단한 그림도구, 세면도구 등이었다. 샴푸 등은 1회용 두 개씩만 챙겼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하나로 3~4일은 쓸 수 있고 테이프로 밀봉하면 된다. 스킨, 로션 등은 견본이 있었다. 가장 무거운 건 노트북이었는데, 기내가방 외에도 보조가방 하나가 허용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넣었다.

 

친구에게 선물받은 몰스킨 스케치북도 챙겼다. 전에 선물받은 것과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내지가 달랐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날을 위해 일부러 쓰지 않고 아끼고 있었다. 여행의 로망은 몰스킨이지!

 

 

 

 

각인도 새겼다. 내 사랑 구름빵빵

 

짐을 다 싸고 나니 기내 가방 무게가 6.5kg이 나왔다. 저울마다 무게가 약간씩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가방 무게를 6kg으로 하고 싶었지만 더는 뺄 짐이 없었다. 작은 수채화킷을 가져갈지 말지 한참을 고뇌. 가져가자니, 최근 수채화 안 그려서 가봐야 안 쓸 것 같았고, 그렇다고 놓고 가자니 아쉬웠다.

 

ㅈㅁ : 걍 가져가. 무게 얼마 하지도 않는데...

 

하긴... 그건 그래. 베트남은 해변을 끼고 있는 세로로 긴 나라인데, 예쁜 바다를 수채화로 그려보고 싶었다. 좋아, 챙기자.

 

짐싸기는 여기까지!

 

3. ㅈㅁ의 집으로...

 

짐 다 쌌는데 빵이 도련님께서 뭔가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베란다 구석으로 숨으셨다. 음냐;;;; 거기 숨으면 꺼낼 방법이 없음. 아우가 ㅈㅁ이 나가 있으면 나올 거라며, 같이 나가 차에서 기다렸다. 빵이는 낯선 사람이 떠나자 10분 정도 후에 나왔다. 잽싸게 잡아서 케이지에 넣었다.

 

ㅈㅁ집에 도착했다. 빵이는 잔뜩 긴장해서 이불 속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긴장이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 ㅈㅁ도 진짜 오랜만에 만난지라 담소를 나누다 자정 무렵 자려고 누웠다. 빵이가 더운지 헉헉 대면서도 무서워 못 나가는 눈치라 이불을 열어 주니 그제야 나왔다. ㅈㅁ은 다른 방에서 잔 지라 나와 빵이 밖에 없었다. 빵이는 꼬리를 곧추세우고 여기저기 탐색도 하고, 밥도 먹고, 물도 마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씻고 오니 빵이는 그새 이상한 낌새를 채고, ㅈㅁ은 아직 방에 오지도 않았는데 어젯밤처럼 다시 초긴장모드였다. 빵이를 쓰다듬으며 며칠 뒤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라고 있으라고 말했다.

 

눈치는 빨라 가지고;;;

 

대체로 첫 탁묘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 것이, 버림받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데리고 오면, 두 번째 탁묘부터는 데리러 오리라는 걸 알고 덜 스트레스 받는다. 이번 여행은 일정이 짧았고, 이때 탁묘를 한 번 맡겨야 좀 더 길게 다녀와도 빵이가 이해하고 날 기다리리라 생각했다.

 

빵이에게 뻐뻐하고 집을 나섰다. ㅈㅁ이 공항을 가는 중간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가는 거야, 베트남!!!!!!

 

(19.11.03. 한국에서 베트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