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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by 운가연 2020. 5. 20.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1. 시내로 나가려면 택시를 타야했다.

그랩으로 가격을 검색하니 71만에서 75만 동이라고 나왔다. 어, 그 정도 돈이 있나? 당황해서 지갑을 보니 아슬아슬하게 맞았다. 시내 가자마자 환전해야겠군.

가만, 뭔가 이상한데? 도착한지 만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환전한 돈을 다 썼다고?

 

그랩 앱을 다시 들여다 보니 71만이 아니라 7만 1천~7만 5천이었다. 베트남 돈 단위가 너무 커서 순간 헛갈린 것. ㅋ

해변을 나오자 택시 몇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사가 다가오기에 시내까지 얼마인지 물으니 7만을 불렀다.

 

그랩보다 좀 싸네? 오케이, 하고 탔다.

시세보다 싼 가격을 부르는 사람은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기사도 그랬다.

 

나한테 다음 목적지를 물었고, 후에라고 대답하니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 것.

 

그랩보다 싼 가격을 불러 자기가 정직한 기사임을 보인 다음에 장거리를 가는 것이다. 장거리는 택시 타고 가면 가격이 꽤 나온다.

기사가 카카오톡 앱을 보여 주었다.

 

헐, 카톡이 있어?

 

이후 만난 택기 기사들 대부분 카톡을 깔았더라. QR 코드를 보여 주며 카톡 친구 등록을 해달라기에 그렇게 했다.

 

등록한다고 꼭 불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호객을 하면 차단하는 방법 등이 있으니 친구 등록 자체는 딱히 마음 불편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약속도 아니고, 이쪽도 일반적인 영업인 거고.

그런데 이상하게 친구 등록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후 친구 등록해달라고 할 때마다 마음 편하게(?) QR 코드를 찍었다. 친절한 기사들도 많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카톡 친구 등록이 안 된다고 길게 설명하기 힘들;;; 나도 왜 안 되었는지 모르겠다.

안방 비치에서 호이안 시내는 멀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원 앞에서 내렸다. 원래 목적지는 가이드북에도 소개가 있던 '꽌꽁 사원'이었는데 눈앞에 사원이 보이기에 그냥 들어갔다.

안내판에 'TEMPLE OF CONFUCIUS'라고 쓰여 있었다. 1961년에 지역 문화의 전통과 교육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되어 있었다. (.... 막 번역이라 오역 가능성 높음;;;)

 

CONFUCIUS는 공자다. 그러니까 공자 사당인가 보다.

입구

 

그림에서는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기둥에 쓰여 있던 글자는 한자였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역사는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와 궁궐 등의 현판은 한자로 쓰여 있듯 베트남도 사원이나 궁궐에는 한자가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곳곳에 공자 사당이 있듯 베트남도 그러했다.

 

여행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베트남 역사 읽기"를 빌렸는데 한 줄도 못 읽고 갔다가 돌아와서 읽고 있다.

 

그 책에서 베트남 역사는 흐름이나 내용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양국이 중국과 접해있으면서 공히 중국과 오랫동안 깊은 교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역사 외에도 문화, 사회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양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습속 등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의 유교와 도교 영향을 깊이 받았다. 대표적으로 충효사상, 친경의식, 사농공상, 과거제도, 관혼상제, 풍수지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24절기와 24명절, 십간십이지, 가부장제, 칠거지약, 삼종지덕, 남존여비, 고부갈등 등은 양국의 문화가 비슷함을 나타내는 절정의 요인들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 (색깔은 인용. 1쪽.)

공자 사당 내부
공자 사당 내부
공자 사당 안에 있던 건물
사당

 

여기서 재미있는 팻말을 보았다.

smoke-free가 얼핏 흡연 자유처럼 읽혔다. 그런데 사원에서 흡연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다, 설사 가능하다해도 대놓고 담배 피워도 됨, 이라는 팻말을 세워둘 리도 없고 그림은 금연 그림이었다.

이 여행기를 쓰며 사전을 찾아봐서야 알았다. smoke-free는 흡연 자유가 아니라, 담배 연기에서 자유로움, 즉 금연이었다.

 

공자께서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하셨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무려 이 전해 3월부터 짬짬이 영어공부를 시작했으니 이때는 1년하고도 8개월 째에 들어서 있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

 

건너 뛰는 날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왔는데 한참 멀었구나. 하루에 30분 정도는 언어를 익히기에 턱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공자 사원을 나왔다. 바로 길 건너편에 또 무언가 사원 같은 게 보였다.

현판 사진. 사원 이름... 일까?;;

영어 설명도 없어 달리 어떤 곳인지 알아볼 도리는 없었지만 멀리서 보인 분홍 탑이 예뻐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방치되어 있었다.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지 고여 있는 물 위에는 버려진 사무용 의자가 둥둥 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방치된 곳의 고요함이랄까. 적막하고 아름다웠다.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묘미란 이런 데에도 있지 않을까. 목적 없이 길을 걷다 만난 가이드북에 없는 곳에 들어가 보며 그 순간의 기쁨을 맞이하는 것. (19.11.04. 베트남 호이안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