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1. 10시에 시내로 나가는 셔틀 버스가 있는데, 10시까지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이 근방에 택시가 아예 없대?;;;;;
그래서 리셉션에 부탁해 택시를 불렀다. 냐하;
2. 후에 투어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였던 응우옌 왕조의 경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던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치적 측면과 중국의 남진에 대비한 군사적 측면에서 이곳 중부 후에를 수도로 정하기도 했다. (베트남 역사 읽기, 3)
9시 50분에 투어 오피스에 도착했다. 기다리며 잠시 눈앞에 보인 오토바이 낙서.
기다리는데 차가 왔다고 했다.
작은 차를 타고 타고 다른 일행이 있는 버스에 합류. 여기에 혼자 온 한국분이 계셨다. 어머나?
현재 베트남 여행 열흘 째고, 편도로 끊어 오셨다고. 오오!
이분에게 들었는데 굳이 숙소를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전날에 예약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 그러구나.
사촌 여동생 ㅎㅈ이, 인스타에 올린 내 여행 사진에 댓글을 달았다.
"스무 살의 언니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즐겨요."
일정을 짜지 않고 돌아다닌 오래 전 태국+캄보디아 3개월 자유 여행이 떠올랐다.
다음번에 베트남에 올 때는 미리 예약하지 않고 와야지. *두 주먹 불끈!*
이번 여행 때 미리 다 예약한 게 살짝 아쉬웠던 게 호이 안에 하루 더 있고 싶었다. 미썬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간 것.
다음에 다시 다낭에 올 핑계가 생기는 거야. 그럼 그럼. 미썬을 못 간 대신 다낭에서 재밌었고. ㅇㅇ 그런 거야.
이 분도 며칠 한국인을 만나지 못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단위로 온 분들에게 말 걸기는 좀 그렇잖아. 둘 다 혼자 온 사람으로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고마워요," "얼마예요?" "이거 하나 주세요." 보다 긴 말을 하는 게 3일 만이었다.
배를 타고 흐엉 강을 따라 갔다. 강물 색은 황토색이었지만, 강바람이 시원했고 배를 타는 그 자체가 좋았다.
가이드는 날씬하고 귀여운 인상인 여자분이었다. 이름이 독특하고 예뻤다. 약간 혀를 굴리며 방울소리처럼 내는 "르르릉" 같은 느낌이었다.
가이드가 흐엉 강은 영어로는 퍼퓸(perfume) 강이라고도 하는데, 흐엉이 향수라는 뜻이라고 알려 주었다.
3. 티엥 무 파고다
배에서 내려 티엥 무 파고다에 갔다. 가이드 분이 열심히 설명해 주셨고, 나름 귀 기울여 들으려 애썼지만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다. 아무튼 내가 이해한 내용은, 수십 년 전 불교 탄압이 심했을 때, 한 스님이 파란 차를 타고 와서 분신을 했다는 것. 그때 탄 스님의 심장은 현재 다른 곳에 있고, 여기에는 그때 탔던 파란 차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 있는 파고다가 가장 오래된 파고다라는 것.
만면에 웃음을 지는 이 부처상을 해피 붓다라고 부른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이후에도 해피 붓다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림은 좋아하는데도 꽤 오래 실력이 늘지 않고 제자리라는 기분에 답답했었다.
그래도 미술 학원 다니고, 교재도 떼 보며 조금씩 느는 걸 느꼈다.
그러다 작년에 김효찬 쌤 강좌를 들었다.
인생 강좌였다. 4주간 실내 드로잉 강좌를 들었는데, 이 강좌에서 이제껏 배운 걸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걸 배웠다.
그림 좋아하는 여러분, 모두 들으세요. 아낌없이 들으세요. 코로나 가시면요. ㅠㅠㅠㅠ
효찬 쌤 강좌를 들으며 밑그림없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밑그림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여행에서는 진짜 큰 장점이다.
여기서 그림을 그렸다. 호이 안에서 산 수첩이 한 손에 들고 그림 그리기 좋았다. 지나가던 서양 관광객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도 좋은지 물었다.
그럼요! 찍으세요! 얼마든지요, 100번 1000번 찍으세요!
좋아하고 열심히 해 왔는데도 오래도록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터라, 작은 칭찬에도 마음이 풍선처럼 둥둥 떠올랐다.
그럭저럭 다 둘러본 것 같은데 파란 차를 못 봤다. 집합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지나가는 베트남 분에게 조금 다급하게;;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니 알려 주었는데,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아픈 역사인데, 나는 그냥 관광객으로 보고 가려고 물어보는구나.
눈도장 찍고, 사진 찍고, 우와, 나 이거 봤다!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더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좋았을 걸,
캄보디아에서 킬링 필드를 보러 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아픈 역사가 관광이 된다는 건 분명 아이러니한 일이다.
4. 가든 하우스
여기는 만다린의 손녀가 사는 곳이라는데(아마도;;;), 웨딩 파티로 문을 닫았다고. 그래서 입장료를 돌려 받았다.
영어가 짧으니 여러 모로 불편하다.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늘지를 않아, 늘지를. ... 짬짬이 해서 그런가. ...ㅋ
5. 현지 식당
쌀국수와 바나나 잎으로 싼 찰밥 같은 게 나왔는데 맛있었다. 안타까운 건 고수가 없다는 것. 혹시 고수가 있는지 물어 봤는데 고수가 아예 없다고 했다. 헤에.... 베트남 음식이 의외로 고수 많이 안 쓰고,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다른 향이 강한 풀을 많이 쓰더라.
여기서 만난 한국분은 고수를 못 먹는다고 했다. 어떤 음식이 맛있고, 맛이 없게 느껴지느냐는 미각 세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싹 먹고 다음 코스는 일종의 쇼를 보러 가는 거였다. 가이드가 걸을 필요가 없다고 농담처럼 말하자 다들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시타델을 보고 온지라 약간 지쳐 있었다. 시타델이 넓지.
나는 어제 시타델을 봐서 오늘은 건너 뛴지라 아직 쌩쌩했다. 헤헤
6. 공연
대부분 10대로 보이는 남자 아이들, 왜소증인 분이 호랑이 탈춤(한 사람은 머리, 한 사람은 다리를 맡는), 칼싸움, 창싸움 등을 선보였다. 마지막은 일종의 차력쇼로 벽돌 깨기, 목 아래에 창날(뾰족하진 않음) 대고 창대 휘기, 등에 벽돌 놓고 깨기, 를 했는데;;;;;
한국분 : 벽돌 깨기는 예능에서 여자 아이돌들도 하는 건데...
그, 그렇죠;;;;;
공연이 끝나자 다행스러웠다. 투어에 있는 이런 쇼는 약간 복불복 같다. 정말 화려하고 재밌던 공연도 있었는데, 이 공연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등으로 높아진 관객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 열심히 해서 살짝 오그라드는 지점은 있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관광객 중에는 호응하며 적극적으로 관람하고 팁도 당연한 일처럼 주었다.
나도 팁을 주었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없지만, 팁 문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줘야겠다 싶었다.
7. 민망 황제릉
오래된 궁궐과 무덤을 좋아하는 지라 몹시 기대한 곳이었다. 오늘 세 황제릉에 갈 텐데 민망 황제릉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응우옌 왕조의 2번째 황제 민망의 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내려서 무덤을 향해 가는데, 가이드가 바닥에서 풀잎을 하나 찾더니 이거 보라며 건드렸다. 건드리기 무섭게 잎을 접었다. 식물이 저렇게 빨리 반응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 신기했다. 다시 펴는데 1시간 걸린다고. 이름은 미모사고, 베트남에서는 샤이 걸, 수줍은 소녀라고 부른다고 했다.
민망 황제릉에 들어갔다. 내가 이해한 설명은 제일 안쪽에 있는 문에 대해 "해마다 한 번, 황제가 서거한 날에만 특별한 몇몇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와 "황제가 정확히 어디에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라는 것이었다.
사진 찍으면 안 되는 곳이기에 그림을 그렸었다.
그림 그리기 잘했어! 뿌듯!
8. 카이딘 황제릉
가이드가 카이딘 황제릉은 오늘 보는 세 황제릉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무덤 이름을 기록해 두려고 팻말 사진을 찍으니까 가이드가 "그거 주차금지라고 쓰여 있는 거야." 라고 해서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차금지였어. ㅋㅋㅋㅋㅋㅋㅋ
여기는 설명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한국분이 이해하고 설명해 주셨다.
카이딘 황제는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폭군이라 베트남 사람은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가이드 분은 좋아한다, 카이딘 황제릉은 베트남 양식과 프랑스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등등이었다.
베트남은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다는 걸 생각하면 베트남 사람들이 카이딘 황제를 싫어하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일제치하일 때 왕이 일본식 궁전 짓고 사치했다면 당연히 좋을 리 없겠지.
석상들도 얼굴이 서양식으로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베트남 양식의 도자기 양쪽에 천사 조각이 달려 있기도 했는데 각각의 양식이 따로 노는 느낌이기는 했다.
가마에 탄 황제의 동상 9미터 아래에 황제의 유해가 있다고 한다. 이 방은 금? 옥? 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사치했네;;;; 황제는 사치하고 술, 마약, 등등을 하다가 41살에 죽었다고.
카이딘 황제릉은 시멘트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가이드가 beautiful이 한국어로 뭔지 물어 "아름다워요."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누가 지나가며 "아휴, 더워." 라고 하자 가이드가 "어머, 저 사람 아름다워요, 라고 했어." 라고 했다. 진짜 얼핏 들으니 비슷하더라고. 그래서 "아냐아냐, 아휴, 핫, 더워, 라고 한 거임." 이라고 하고 둘 다 빵 터져서 웃었다.
향을 피운 곳에 학(인 듯) 두 마리가 있었는데 둘 다 거북이를 타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학과 거북은 오래 산다는 의미고, 학은 하늘, 거북은 바다라 조화를 이루는 지라 많은 베트남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각이라고 했다. 옹, 학과 거북은 우리나라와 의미가 같지만, 우리나라는 학이 거북을 탄 형상은 없는 듯?
거북이 입에서 뿜어 나오는 건 물이었고, 왜 칼을 물고 있는지 물으니 그건 모르겠다고 처음 본다고 했다. 베트남에는 거북이가 물어다 준 칼로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게 그걸 뜻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파노라마 기능으로 거북이부터 학까지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폴더에 없다;;; 어디 갔지?;;; 어쩌다 삭제된 듯. *대성통곡*
삭제 폴더에 들어가 봐도 없었다. 꽤 오래 전에 사진 보며 그림 그리고 어쩌고 하다 실수로 뭐 잘못 눌러 지웠었나 봐.
베트남과 우리는 비슷한 게 많았다. 중국 영향을 많은 릉들의 간판이 한자로 쓰여 있었고, 우리나라처럼 12가지 띠가 있다. 10가지는 겹쳤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버팔로와 고양이 띠가 있었다.
9. 기프트 샵
다음은 이런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기프트 샵이었다. 향, 베트남 전통 모자인 고깔 모양 농라 등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가족 단위로 하는 가게로 보였고, 아주 크고 상업적인 곳은 아니었다. 가이드가 열심히 상품을 설명하는 걸 들으니 짠하달까, 미안하달까. 안타깝게도 필요한 게 없었고, 가방 무게 제한이 7킬로그램이라;;;;; 모르는 척;;;;;
아무도 안 샀다;;
10. 뜨 덕 황제릉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최선을 다해 들어 보았다.
뜨 덕 황제는 일찍 죽을까 봐 무덤을 먼저 만들었는데 오래 살았다고. 이 외에는 잘 이해를 못했다. 오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써 보자면, 보통 큰아들이 황제 자리를 물려받는데 이 황제는 큰아들이 아니었다. 큰아들은 술과 도박을 했기 때문이었던 듯? 황제는 황위에 오른 뒤 큰아들, 즉 형을 감옥에 가두었고, 형은 이틀 뒤 침대보로 목 매달아 자살했다.
여기도 황제가 정확히 어디 묻혔는지는 모른다. 도굴이나 무덤이 훼손당하는 걸 막으려고 일부러 위치를 밝히지 않고 매장했던 것 같다.
비와 황제가 가장 사랑한 아들의 무덤,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원이 있다고 했다.
아주 작은 곳은 아니었는데 30분 밖에 주지 않아서;;; 푸다닥 둘러 보고 나가야 했던 게 아쉽다. 돌아다니다 잠시 한국분과 마주쳤는데, 이분은 시간에 늦을까 걱정하셔서 먼저 가시라고 하고 나는 서둘러 사진을 좀 더 찍었다.
사실 다들 지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더 주기는 힘들었을 듯.
눈물을 머금고 사진만 찍고 시간 맞춰 나왔는데, 마지막 무덤이라는 말에 좀 더 있다 온 사람들이 있었다. 늦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냥 나도 더 있고 싶었을 뿐. ㅋ
가이드가 차에서 "이제 무덤 한 곳만 더 보면 오늘 일정 끝나요. .... ㅋㅋㅋ 농담이고 다 끝났어요." 했는데, 나는 하나 더 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피곤했지만....
가이드에게 7군데 무덤을 다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그런 질문 처음 받는다고 했다. 자기가 가이드인데도 6개 본 게 전부라고 했는지, 6개를 본 사람이 제일 많이 본 사람이라는지, 는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다. 멀리 있는 게 있어서 개인 택시를 불러 개인적으로 돌아봐야 하는데 거의 100달러 정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제일 좋은 건 하루 대여비 5달러인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타고 직접 돌아보는 거라고. 자전거로는 힘들 거라고 했다.
아.... 글쿤아!
... 그러나 나는 스쿠터도 자신이 없어. ㅠㅠㅠㅠ 게다가 이런 교통 상황이라면 더더욱;
뜨 덕 황제릉, 너무 빨리 돌아서 다시 오고 싶다. ㅠㅠㅠㅠ
내가 머물던 리조트에서 이 세 무덤을 리조트 개인 택시로 돌아보는데 75만동 정도 불렀다. 3만 5천원. 이 세 곳은 비교적 가까운 곳이고, 나머지 넷이 좀 멀리 있으니 그게 더 비싸겠지?
현지에 있을 때는 현지 물가에 익숙해져서 3만 5천원이 비싸게 느껴졌었다. 돌아와 몹시 후회하고 있다. ㅠㅠㅠㅠ
20살에 첫 배낭여행을 갔을 때와 지금은 형편이 다른데. 충분히 쓸 수 있는 돈이었는데 그걸 왜 아꼈을꼬. ㅠㅠㅠㅠ
암튼 하루에 7곳을 다 보는 건 나도 체력이 후달림. 한 곳을 오래 볼 거라 더더욱, 너무 급하게 돌고 싶지 않고. 이틀로 나눠서 보면 좋을 것 같다. ㅇㅇ 언젠가!
이날 투어에 딸 둘과 함께 온 할머니가 있었다. 손자가 베트남에 살아서 자주 오고, 이번에 네 번째라고. 스코틀랜드 사람이라 여기 오는데 24시간이 걸린다고. 이야;;; 힘들겠;;;;; 하긴 나도 유럽 가려면 꽤 걸리지. 경유 한두 번 하면 30시간 넘기도 하고.
직업이 뭔지 물어보기에 소설가라고 대답했더니 사인 있는지(해줄 수 있는지?) 묻기에, 내가 아직 유명하질 않아서;;; 라고 하니 "아이고, 그거 안 됐네." 라고 했다. 그래서 "누가 아나요? 언젠가 내 책을 사면서, 나 이 작가 베트남에서 만났어! 하게 될지요. 헤헷~" 했더니 이 분도 재밌었는지 나중에 날 찾아보겠다고 했다. 얼굴 사진을 크게 표지에 쓰는 경우도 많은 지, 그렇게 찾아보겠다는 뜻이었던 듯?
헤어질 때, 이분에 "아이고, 그거 안 됐네." 라고 말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나한테 "네 커리어가 잘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고맙다고, 날 찾게 될 거라고 *ㅋㅋㅋㅋㅋ* 했다.
한국분과도 투어 후 헤어졌다. 이분은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같이 있으니 서로 사진도 찍어 주고 좋았다. 서양인들은 얼굴을 크게 찍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대체로 배경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인물이 작게 찍힌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대부분 누가 사진 찍는 걸 보면 기다려 주거나 비켜 준다. 이 한국분은 그걸 가리켜 "한국은 인스타의 나라라..." 라고 했다.
그러하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피곤했지만 너무나도 근사했던 무덤 세 개를 봐서 기뻤다. 미썬을 못 가 아쉬운 마음이 조금 달래졌다.
다음날 투어를 예약했던 투어 오피스 사장을 만났다. 어제 어땠느냐고 묻기에 나도 모르게 "It was Beeeeeeeeeeeeautiful!" 이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11. 저녁
어제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던 가게에 갔다. 내가 간 저녁 시간에는 한가했다. 조개 요리를 시켰는데 지금 안 된다고. 그래서 새우 5번을 시켰는데 치킨 5번이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우 5번이라고 정정해 주자, 종업원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는데 내가 새우 5번으로 강행하면 울 것 같아서(과장;;;;) 그냥 괜찮다고 치킨 5번 먹겠다고 했다.
여행지에서 한 끼는 정말 중요하다. 게다가 난 혼자라서 한 끼에 하나 밖에 못시킨다고. 새우가 먹고 싶었다긔. 이렇게 평범한 치킨 요리를, 고봉밥과 함께 먹고 싶지 않았다. ㅋㅋㅋㅋ
그런데 20살 전후로 보이는 알바생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자, 사장이 손님에게 그냥 먹으라고 설득해 보라고 했나 싶고, 기분 좋게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먹었다. 맛은 담백하고 괜찮았다. ^^
그러고 보니 베트남에 와서 '밥'은 처음이었다. 볶음밥도 안 먹었다. 어쩌다 보니. ㅋ
내가 자리잡은 곳은 2층 창가였다. 거리가 훤히 내다 보이는 게 좋았다.
밥도 먹고 맥주도 한 잔 시켜 그림을 그렸다. (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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