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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by 운가연 2020. 9. 3.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1. 오전 일찍 일어나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다.

 

다낭으로 가는 오픈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여행사에서 8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이었다.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가게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8시에 연다고.

바로 앞에 로컬 식당이 있었다. 커피가 고팠다. 크게 Coffee 라고 쓰여 있어서 커피 한 잔을 시켰는데, 국수가 나왔다. 음?;;;;

 

 

나이 지긋한 부부가 하는 가게였는데 둘 다 영어를 못했다. 간판은 등으로 된 세련된 거였는데.;;;;

 

당황해서 손으로 커피라는 간판을 가리키니 "까페?" 라고 하더라. 나라마다 영어 발음이 다르지. ㅠㅠㅠㅠ

 

내가 안 먹으면 국수는 그냥 버려질 상황이었다.

 

주문을 잘못 알아들은지라 주인 부부는 괜찮다고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먹겠다고 했다.

 

태국 여행을 할 때 길거리 국수를 많이 사먹었다. 작은 포장마차마다 다 국물 맛이나 재료가 조금씩 다른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런데 여기 국수는 어제 투어 때 먹은 국수와 내용물이나 맛이 거의 똑같았다. 헤에...

 

암튼 열심히 먹었다. 시클로(손님 칸이 뒤에 달린 자전거) 기사가 와서 어디 가는지 물었다. 근데 나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고, 어제 투어 가이드에게 배운 '넝(느엉? 맛있다.)'을 시전.;;

 

가게 남자 사장님이 시클로 기사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다. 베트남 어였는데 분위기를 보아 자기 손님에게 넘 호객 행위 하지 말라는 뜻 같았다.

 

그제야 시클로 기사가 내가 밥 먹은 뒤 어디 갈 건지 물으며 자기 시클로를 타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뭐라 하기도 그렇고 걍 넘어갔다.;;

 

국물까지 싹 비움. 내가 맛나게 먹은 모습에 기쁘셨는지, 다른 손님들이 떠다 마시는 걸 보니 물이 셀프인 듯한데 남자 사장님이 가져다 주심. 고마웠다.

 

커피도 나옴. 믹스 커피. 맛있었다. 숙소마다 믹스 커피를 2개씩 서비스로 놔주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귀국한 뒤에서 이 커피가 계속 생각나서 다음에 베트남 갈 때는 믹스 커피를 종류별로 한 상자씩 사오리라 다짐했었다.

베트남 커피가 진해서 그런지 집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가 연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믹스 커피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사서 신나게 마셨다. 냐하~

 

7시 50분이 넘었다. 가게는 여전히 닫혀 있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제 받은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해 봤지만 녹음된 베트남 어로 뭐라고 나옴. 가게에 있던 손님이 전화애 줬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듯.

 

헐........... 설마, 오늘 뭔가 일이 생겨서 가게 문 안열었나? 하긴 나 버스 티켓 미리 사지 않았잖아. 으악!!!!

 

시클로 기사가 좀 가면 여행사가 있다고 함. 포기하지 않고 있던 시클로 기사가 자기 시클로 타라고 했지만 멀지 않은 눈치라 괜찮다고 하고 마구 걸었다. 실제로 시클로를 탈 거리가 아니었다.

 

거기서 8시 버스는 떠났고 1시 반 버스가 있다고 했다. 버스를 예약하니. 12시 반까지 오라고 했다.

 

4시간 반 남았네. .... 잠시 멍;;; 했다.

 

1) 1시 반 버스를 타면 5시 반에 도착하겠지. 숙소에서 짐 풀고 어쩌고 하면 금방 저녁일 테고.

 

낯선 도시에 오후에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첫날처럼 멍하고 헤매게 될까봐 걱정되었다.

 

2) 노트북은 보조 가방에 넣어 두었다. 여행사에 캐리어는 맡겼는데 노트북도 거기 넣어 둬도 괜찮을 것도 같았지만.... 괜히 신경 쓰느니;; 걍 가지고 다니기로 해서 가방이 무거웠다.

 

3) ... 이제 뭐해야 하지?;;;;;

 

심호흡을 하고 박물관을 검색했다. 베트남에 와서 한 번도 박물관을 못 갔다. 다행히 가까운 곳이 미술관, 박물관 등등이 있었다.

 

오전 9시 경 Diem Phung Thi라는 미술관에 들어갔다. 작가 이름 같았다. 한 작가 - 돌아가신 분인 듯, 사진과 향이 있었다 - 의 전용 전시관 같았다. 회화와 조각, 천과 종이를 이용해 만들어 액자에 넣은 작품도 있었다.

 

베트남 현지에서 그린 그림.
안에 있던 작품. 플래시를 쓰지 않으면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

 

넘 귀여웠다. ㅠㅠㅠㅠ
스팀 펑크 느낌!

두 번째 박물관은 무료 같았다. 밖에서 보기에는 건물이 컸는데 막상 전시관은 하나 뿐이었는지 간단하게 보고 끝났다. 이쪽은 유물들 박물관.

 

노란색 건물이 보기에 몹시 예뻤다.

 

박물관을 보고 나오는데 멀리 보인 건물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뭐하는 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세 번째는 아트 뮤지엄으로 무료였다.

 

 

바깥에 가구들이 있어서, 오래된 가구 전시회장인게 했는데 자수 전시장이었다.

 

온갖 자수 작품들이 있었고, 한 쪽에는 자수를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이 있었다. 아름다운 자수들이 많았다. 얇고 투명한 천에 수놓은 나비들도 좋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 공간과 찍으면 안 되는 곳이 분리되어 있었다.

 

자수로도 입체 작품이 가능한 지 몰랐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자수도 있었고, 아주 전통적인 느낌도 있었고, 360도 회전하는 액자에서 앞은 얼굴, 뒤는 뒷모습으로 만들었던 자수도 기억에 남는다.

 

지수 박물관 앞에서 잠시 쉬며 앞에 있는 나무를 한 점 그렸다.

여기서 느끼한 시클로 할아버지가, 영업과 작업을 오가며 말을 걸어 그림만 그리고 얼른 일어났다.;;

 

세 번째도 현대 미술관. 여기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 근데 11시 반이 마감이고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아야 해서, 마지막 방은 간단하게 눈도장만 찍고 나온 게 아쉽다. 뭐, 알고 들어간 거니까.

 

베트남 전 때 미군 그림, 어글리 코리안 책도 보였다.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었다.

 

슬슬 버스를 타러 갈 시간이었다.

 

투어 오피스 가까운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에그 커피를 추천해 주기에 먹음. 커피에 날달걀을 풀은 것. 저어 마시래서 저었는데, 더 많이 저었어야, 그러니까 위아래를 확실히 뒤섞어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음.;;;;

 

내게는 너무 진해 물을 타마실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확실히 섞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여기도 아르바이트 생이 친절했다. 내가 맛있다는 뜻의 "넝" 발음을 제대로 못해서 열심히 가르쳐 줬으나 결국 실패. 둘 다 웃었다.

 

카페에서 보인 풍경을 그림

그림을 그리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오더니 그림 잘 그린다, 전문적으로 배웠느냐, 팔아도 되겠다, 운운하며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택시 안 탈 건데;;; 결국 이미 오픈 버스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는 그거 싸지만 오래 걸린다, 고 했고 나는 안다, 이미 타 봤다, 하고 대화를 그럭저럭 마무리 지었다.

 

시간이 다 되어 투어 오피스 가다 오토바이에 옷자락이 걸렸다. 택시 기사가 깔깔 웃으며 나 너 봤어, 함. 나도 웃음. ㅋㅋㅋㅋㅋㅋ

 

가끔 느끼한 사람도 없었던 건 아니다. 박물관 입구에 있던 경비?가 하이파이브 하자더니 손을 더듬으며 손등에 키스하려 들어 놀라 확 뺀 적도 있고, 길 같이 건너 주겠다며 팔꿈치를 과하게 꺾어 가슴 건드리려는 사람도 있었다. .......

 

그래도 대체로 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베트남 하면 지금도 친절한 아르바이트 생, 아름다웠던 풍경들 등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2. 투어 오피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먼저 갔던 오피스 사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눈이 딱 마주침.

 

헤이, 헤이헤이! 하고 불러세우자 망설이는 듯했으나 결국 왔다.

 

사장 : 식당 아저씨에게 네가 기다렸단 이야기 들었다. 전날에 예약해야 한다. 나 네가 혹시 예약하러 오지 않을까 해 밤 10시 반까지 기다렸다. 나는 네가 다른 계획이 있는 줄 알았지.

 

우씨, 전날에 예약해야 한다는 말 안 했다. ... 설마 진짜 기다렸을까? 싶었으나... 하긴, 예약해야지. ㅠㅠ 근데 오늘 예약한 손님이 하필 하나도 없었나?

 

나 :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말하지. ㅠㅠ

 

사장 : 어제 투어 어땠어?

 

나 :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우리풀했지!!! 넘 좋드라.

 

사장 : 너 아픈 줄 알고 걱정했어.

 

후... 설마 그럴리가.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약 안 한 건 내 잘못이므로 ㅠㅠㅠㅠ 사실 당연히 예약해야 하는 거니까... ㅠㅠㅠㅠ

 

사장 : 넌 다낭 대신 여기서 시간 더 보낸 거야.

 

나 : ㅇㅇ 박물관 등등 보고 재밌었어.

 

사장 : 어제 울 사무실 오토바이 그리던 건 다 그렸어?

 

나 : 아니, 결국 바퀴 하나 못 그렸어. 나 가! 건강히 잘 지내!

 

웃으며 헤어졌다.

 

투어 오피스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또 오토바이를 한 점. 이번에는 다 그렸다. ^^
오픈 버스를 타는 사람들.

오픈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도 2층 창가. 헤헤... 근데 내 자리만 커튼이 없었다. 머 갠찮아. 광합성 하면 되지. ^^

 

중간 휴게소에서 내려 잠시 쉬었다. 30분 쉰 뒤 3~40분 후 다낭에 도착했다. ... 머 이리 애매한 시간과 장소에서 쉰 거지?

 

총 4시간 정도가 걸렸다. 왼쪽에 바다가 보여 보여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다낭해였다.

 

푸른 바다와 파도, 바람 부는 쪽으로 자란 나무들...

 

가는 길에는 잠깐 비가 내렸지만 다낭에 도착해 내리니 맑았다.

 

이번 여행, 날씨님, 낵아 진심 감사한다. 전날 투어 때도 비올 듯하더니 안 왔었다. 낵아 진짜 너무 고맙다. (1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