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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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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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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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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전주 향교였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교육기관이다. 양반가의 자제들이 공자왕, 맹자왈 하며 공부하던 곳. 경기전에서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경기전 주변보다 한적했고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 나무 냄새, 풀 냄새가 풍겨왔다. 고즈넉하니 좋았다.
여기서 목에 명찰을 건 어르신이 내게 인사를 해왔다. 자원봉사로 유적지 설명을 한다며 외국인에게도 설명하려고 영어도 공부한다고 했다. 반은 어르신 예우 차원에서 반은 호기심에 설명을 들었다.
이후 향교 설명은 이 어르신이 말해 주신 내용을 간략하게 기록했던 내용을 토대로 기억나는 대로 정리한 것.
명륜강은 학교고 대성전은 공자 사당이고, 학생들이 머물던 기숙사는 동쪽에 있는 동재와 서쪽에 있는 서재가 있다고 했다.
저 대성전 기둥 아래를 보면 동그란 점이 있다. 어르신이 말해서야 보이더라. 저건 일종의 환기구였다. 나무가 마르거나 갈라지지 말라는 용도였던가?;;;;
암튼 저 구멍이 없으면 온돌, 있으면 나무바닥이라고 했다. 오, 재미난 걸 알았다. ^^
우리나라 옛 건축물을 보면 기둥이 둥글고 주춧돌도 둥근 게 있고, 기둥은 둥글지만 주춧돌은 네모난 게 있다. 기둥과 주춧돌이 둥글면 궁궐이나 관청, 공자를 모신 사당이다. 절에서 부처를 모신 곳도 마찬가지. 공자하고 부처는 왕으로 쳐준 것.
일반 양반은 기둥과 주춧돌이 네모난 모양이어야 했다. 원이 하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향교는 위에 썼다시피 조선시대 학교였다. 과거 시험 중 별시는 향교를 졸업해야 볼 수 있었다고.
중인도 돈을 내면 자녀를 향교에 보낼 수 있었다. 중인의 기숙사는 동쪽에 있는 동재, 양반의 기숙사는 서쪽에 있는 서재였는데, 딱 봐도 서재가 더 그럴싸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나 : 조선시대는 동쪽을 쳐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왕세자가 사는 궐은 동쪽에 두어 동궁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런데 왜 중인의 자녀가 동재에 살았죠?
어르신 : 글쎄... 그러게...
어르신도 이건 잘 몰랐다.
성균관도 시험에 합격해서 온 학생이 머무는 곳은 서재고, 고관의 자녀가 특혜 입학해 머무는 곳은 음서제라고 했는데, 어르신이 서재의 학생은 음서제에 멋대로 출입할 수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했다.
나 : 낙하산이 실력으로 들어온 사람보다 대접받는 세상이었네요. ㅋ
어르신 : 그러게...
이때쯤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리가 아파 이제 그만 가야한다고 했고, 어르신은 짤막한 이야기를 더 들려주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이 어르신도 전도였다. 무슨 해외봉사도 하는 종교 단체였던 것 같은데 흘려 들었다. 홈페이지 알려 주며 오라고 해서 전단지 받으며 그러마 했다.
어르신은 나한테 본인은 금수저인지 흙수저인지 물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서울에 가면 내가 안내해 주고.. 하기에 여기서 당황;;;
적당히 인사하고 도망치듯 헤어졌다. 어르신은 대놓고 서운하고 마음 상한 얼굴을 했다. 향교나 전주시나 기타 공적인 곳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로 착각을 유도해 설명을 하고, 전도를 하려 했으면서 시간 들여 설명해 줬는데 돌아오는 게 없다, 고 서운해 하는 건 아니지요. ...
혼자가 되니 마음이 편해져서 더 구경했다.
명륜강은 양쪽 지붕이 엉성하게 덧댄 듯한 느낌을 준다.
명륜강은 5칸 건물인데, 공자 사당은 3칸이었다.
공자 사당보다 크게 짓는 건 예의에 어긋나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은 3칸으로는 작아서
겸손한 의미로 지붕을 일부러 대충 지은 듯한 느낌으로 지었다고 했다.
이 역시 어르신 설명. 이 분이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어서
다 맞는 이야기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설득력이 있던 터라 아주 근거없는 이야기를 한 것 같지는 않다.(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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