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여행 다니는 동안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어제 오랜만에 커피를, 그것도 늦은 시간에 마셔서인지 쉬이 잠이 들지 않았고, 여러 상념이 머리를 헤집었다. 정확히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는 기록해 두지 않아 기억이 안나지만, 이제껏 쓴 글, 앞으로 쓸 글에 대한 생각이었겠지. 작년에 초고를 탈고했던 장편을 올해 개작 수준으로 뜯어고쳐 마친 뒤 떠난 여행이었다. 글이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지는 대체로 예상과 조금 달랐거나 예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번에 여행을 하며 느낀 건데 서울->지방은 어디든 편하다. 하지만 지방 간 교통 수단은 좋지 못하다. 전주에서 공주가 훨씬 가까운데도 전주와 공주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없다. 군산에서 공주도 바로 가는 차편이 없었다. 군산에서 다시 전주로 갔다가 전주에서 공주로 가야 했다. 전주에서 공주는 KTX가 있어 KTX를 예매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몇 년 만에 코레일에 로그인을 하니 이메일 인증이 안 되었다고 해서 멤버십 번호를 찾았지만 비밀번호가 틀리댄다. 아, 여기 비번 뭘로 해뒀었지? 비번 새로 등록했다. 사투 끝에 공주행 예매 성공.

8년간 써온 아이폰4에서 8S로 업그레이드를 한 덕을 톡톡히 봤다. 네이버 길찾기라거나 KTX 예매라거나. 예전 폰으로는 힘들었을 듯.

군산에서 전주로 올 때는 차가 많았는데, 전주에서 군산으로 가려니 차 시간표가 매시 정각에 한 대씩 있어 조금 당황했다. 일단 표를 샀더니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탔다. 10시 19분에 버스 출발. 정시에 출발하는 것만 시간표에 적어뒀던 건가; 모르겠네. 올때는 직행같았는데 갈때는 중간에 서서 사람을 태웠다. 아, 군산 시내라 그런가? 시내에서는 한두 번 서기도 하지. 근데 또 어딘가에서 한 번 섰다.

올때는 사람이 없어 2칸 의자에 혼자 앉았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먼저 탄 분 옆자리에 앉았다.

전주에 도착해 전주역으로 가는 버스를 검색했다. 처음 기다린 정류장은 전주역으로 가는 버스가 1대 뿐이라 언제 올지 몰라 버스가 더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11시 34분. 네이버 지도에서 전주역 가는 버스라고 나온 버스가 정류장에 없었다. 음냐; 네이버 지도가 지방은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잘 맞았는데 하필 기차 시간표를 예약한 날 오류가 발생하네.

정류장에 계시던 어르신께 여쭈어 경북대 방향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뒤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전광판에 뜨는데 8분이면 온다더니 9분으로 늘어났다. 음냐;; 100번 버스가 왔다. 어르신이 말한 버스 번호는 아니었지만 전주역이라고 쓰여 있기에 기사님에게 물어봤더니 맞댄다. 냉큼 탔다.

전주 기차역

전주역 도착. 다행히 아점을 먹을 여유가 있었다. 전주역 근처 맛집이 뭐가 있을까 검색하다 걍 가까이 보이는 김밥집에 들어갔다. 김밥은 천국이다. ^^ 그냥 분식점이었는데 사장님이 친근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했다. 김밥 한 줄 해치우고 전주역으로.

서울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던 어떤 일에 대한 카톡이 왔다.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어설픈 자위를 하며 일단 떨쳐보냈다.

공주 KTX역에 도착했다. 공주 KTX역에서 종합버스정류장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관광지는 대부분 종합버스정류장 쪽에 있다. 아, 버스를 타야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광안내소에서 부여에 가는 법을 물었다. 종합 터미널까지 안 가고, 관광지 부근인 시외버스 산성 정류장에서도 부여에 간다고 했다. 좋은 정보다. 이거저거 물어보다 펜을 넣은 필통을 두고 왔다. 공주역에서 종합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알았다. 버스가 늦게 와 다행이었다. 도다다다다 달려가니 안내소 직원분이 필통을 가지고 나오고 있었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필통을 받았다.

오후 2시 25분. 종합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공주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봤다. 4만원에 공동욕실이었다. 모텔 값이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모텔이 나을 것 같았다. 터미널 근처에 모텔이 없겠어? 게다가 공주도 관광지인데...

버스가 왔다. 1시간 여를 타고 마침내 공주 관광지에 도착했다.

이동도 여행이다.

바로 앞에 공산성이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단 모텔을 찾아야 했다. 보통 모텔은 건물이 높고 위에 모텔이라고 쓰여 있잖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좀 걱정했다. 그래도 에이 설마... 하며 무작정 걸었다. 모텔 몇 개가 있는 건물이 보였다. 신중하게(?) 하나를 찍어 안으로 들어갔다. 35000원. 군산에서 머물렀던 모텔보다 깨끗했다. 군산 모텔이 지저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모텔보다 최근에 지어진 모텔이라는 뜻이다.

사장님은 70세? 전후로 보이는 여자분이었다. 혼자 오는 여자 손님이 처음인지 좀 얼떨떨한 얼굴을 하더니 "오늘은 혼자 오는 손님이 많네." 라고 말했다. 내 옆방도 혼자 여행온 사람이니 시끄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고마웠다.

평범한 모텔방

 

지방 모텔에서 만날 수 있는 정겨운 꽃무늬 이불. ㅋㅋ

 

세시 반. 공산성 입구에 섰다.

공산성

 

이날 기록을 보니 "공산성 좋아. 느므 좋아. 마냥 좋아. 햇살 뜨거!!"라고 쓰여 있었다. '햇살 뜨거!!'는 내 기준으로 좋아!! 라는 뜻이다.

혼자 간 첫 여행은 태국 배낭여행이었다. 방콕 공항에 내린 순간 열기와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몰아쳤다. 그 순간 온전히 혼자라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갈 이유가 없었다. 숙소 예약도 안하고 여행다니던 때다. 공항 바깥 의자에 앉아 잠시 열기와 향신료를 즐기며 좁은 비행기 의자에 앉아있던 몸을 쉬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나는 무더위 속에 걷는 걸 좋아한다.

모자도 안 쓰고 썬크림도 안 바르고 7박 8일 뙤약볕을 걸어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지. ...

 

앞으로 최소한 썬크림은 바르리라 다짐했다.;;

이때는 다가 올 일을 모르고 마냥 행복하게 걸었다. 안내 팻말에 따르면 공산성은 웅진 시기(475~538) 백제의 왕궁에 있던 산성으로, 금강이라는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어졌다. 발굴조사 결과 왕궁지, 왕궁부속시설지, 백제시대의 토성 등이 확인되었고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다. 성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배치한 깃발은 송산리6호분 벽화에 있는 사신도를 재현한 것이다. 사신도는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로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의미가 있다. 깃발의 배치는 송산리6호분에 그려진 사신도의 위치를 그대로 따랐다. 따라서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를 각각 배치하였다.

청룡. 나는 동쪽에서 남쪽을 향해 걸었던 것 같다.

 

동성왕의 자랑이었던 임류각

 

걷다 보면 임류각, 영동루 등 여러 유적이 나온다.

금강

 

산성을 따라 걷는데 금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이니 절경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공산성 안에 있는 영은사에 있던 부처님

 

금강을 지나는 다리

 

풍경에 취해 정신없이 두 시간을 걸었다. 오르막길이 많이 쉽기만 한 길은 아니었다. 기록에 "계단이다아아아아" 라고 적은 게 보인다. 기록을 보니 또 높은 계단을 마주했을 때 내쉰 한숨이 기억난다.

공주에는 하루만 머물 생각이라 공산성을 나와 버스 정류소 위치를 확인하고 시간표를 찍었다.  (1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