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1 - 가즈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2 - 전주 도착, 여행자의 별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3 - 한옥마을, 오목대, 풍남문, 카페 어떤 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4 -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부채문화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5 - 전주향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6 - 전주천, 차가운 새벽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7 - 히치하이커, 풍패지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8 - 자만 벽화마을, 전동성당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09 - 풍남문 광장 세월호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0 - 덕진공원, 혼불공원, 고공농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1 - 전주 마지막 밤, 1930 가맥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2 - 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군산, 장미 공연장,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3 - 미즈커피, 초원 사진관, 동국사, 왕대숲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4 - 은파호수공원, 청년푸드트럭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5 - 군산 철도마을, 3.1운동 역사공원, 복성루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6 - 군산 해망굴, 월명공원, 카페 레나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7 - 공주 공산성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8 - 공주 황새바위성지, 유천냉면,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현재글)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19 - 부여 부소산성, 금강 유람선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0 - 카페 하품, 정림사지, 서동공원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1 - 수원 장안문, 행궁동 벽화마을, 화성행궁

11년 만의 혼자 떠나는 여행 #22 - 화성, 수원천

 

 

개천과 산책로

 

금강과 이어지는 개천이 흘렀다. 양쪽으로 산책로가 닦여 있었다. 지방에서 1년쯤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젠가 꼭 실행에 옮길 테고 적어도 한 곳은 어디서 살지 정했다. 물론 막상 살면 다 거기서 거기일지도 모르지만... 거리는 중요하다.

합정에서 살 때는 한강에 자주 갔다. 지금 사는 곳도 한강이 멀지 않은데 가는 길이 어둡다. 낮에 가면 되긴 하지만... 이상하게 안 가게 된다. ... 나는 개미보다는 베짱이지.

배가 고팠다. 뭘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집에서라면 대충 떼웠을 한 끼인데 여행을 와서 먹는 밥은 신중하게 된다. ... 그러다 김밥먹지. ㅋㅋ

김밥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었다. 날이 더워 냉면이 땡겼다. 검색해서 나온 곳 중 유천냉면이라는 곳이 가까웠다.

고명이 푸짐했다.

보통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 뭐가 좋은지 묻는데 나는 회냉면이다. ㅋ
매콤한 회냉면을 먹고 뜨거운 육수로 입안을 지지는 걸 좋아한다. 요즘 뜨거운 육수 나오는 곳 별로 없는데 여긴 나와서 좋았다. 싹싹 긁어 먹었다.

황새바위성지

 

황새바위성지는 바위 위로 소나무가 늘어져 황새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 한다. 일설에는 죄인들이 항쇄(목에 씌우는 칼)를 차고 바위 앞에 끌려가 처형되었다 하여 '항쇄바위'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때 모진 고문을 당하고서도 끝까지 배교하지 않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되어 순교한 곳이다. 

100여 년에 걸쳐 행하여진 박해 속에서 살을 물어뜯어 신앙을 증거하라는 말에 주저 없이 제 살을 물어뜯었던 손자선과 이존창을 비롯하여 이름이 전해지는 순교자만 248명이며, 그밖에 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하였다.

1980년 순교지를 성지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어 그해 12월 공주 중동본당이 대전교구의 후원을 받아 부지를 매입하였고, 1982년 공주 교동본당으로 성지 관할권이 이관되었으며, 1984년 3월 황새바위성역화사업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1985년 11월 7일 순교탑과 순교자 248위의 이름을 벽면에 새긴 무덤경당이 완공되었고, 이어서 12사도를 상징하는 '12개의 빛돌'과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 성체조배실 등이 조성되었다. 2008년 1월 교동본당에서 독립하여 독립성지가 되었고, 그해 7월에는 해미성지·성거산성지·여사울성지·신리성지 등과 함께 충청남도 문화재 제178호로 지정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황새바위 천주교도 순교지 [-天主敎徒 殉敎址] (두산백과)

황새바위성지 안에 있는 길

 

나는 종교인이 아니고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종교가 있든 없든, 어떤 종교를 택하거나 택하지 않는 건 어떤 삶을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닌 이상, 누구나 자기 뜻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순교자 이름과 나이가 적힌 비석을 보니 17살도 보였다. 많은 이들이 강제로 뜻을 바꾸느니 자기 뜻을 따르며 죽음을 택한/당한 곳을 아름답다고 느끼면 안 되겠지만 잘 닦인 산책로는 고왔다. 기왕이면 아름다운 곳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황새바위 무덤경당

 

순교탑

 

황새바위성지 안내소에서 물어보니 무령왕릉 입장 시각이 5시까지라고 했다. 빨리 닫네;;;
아쉬워서 바깥에서라도 구경하려고 가보았다. 매표소는 닫혀 있는데 딱히 문을 닫은 건 아니라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아닌 듯해서 돌아섰다. 공주에 와서 무령왕릉을 못 보고 가네.
잘 되었다. 또 올 핑계가 생겼네.

다음 날 부여에 갔는데 부여도 하루에 보기에는 넓었다. 약 20년 전 부여에 간 기억이 있다. 그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더라. 나중에 공주와 부여만 4박 5일로 잡고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산성, 황새바위성지를 걷고 무령왕릉까지 걸어갔더니 많이 피곤했다. 이때가 7시 반이었는데 아직 하늘이 훤해 숙소로 돌아가긴 아쉬웠다. 어제도 일정을 일찍 마쳤잖아. 공주한옥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거기 카페에서 시원한 거 한 잔 마시며 낙서도 하고 노닥거리는 거다.

공주한옥마을

 

공주한옥마을은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숙소 단지인 것 같았다. 아기자기하고 예뻤고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저런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있었는데 이때는 다 닫았던 걸로 기억. 전통차를 파는 곳이 보였다. 문이 열려 있었냐, 안 열려 있었냐 기억이 안나는데 뭔가 확실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공주한옥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같은 넘

 

발라당하는 고양이 사진을 찍고 돌아섰다.

숙소 앞 작은 가게에서 맥주와 과자를 샀는데 내가 이 지역 사람이 아닌 줄 간파하고 값을 올려 부른 느낌이 들었다. 편의점보다는 작은 가게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괜히 찜찜한 기분을 겪고 싶지 않아 이후로는 편의점에 갔다.

혼자 여행은 편안하고 즐겁다. 하지만 불시에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게임을 하나 하고 있었다. 밤에 접속해 게임을 하는데, 게임 챗방에서 어쩌다 어떤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만든 오픈 카톡방에 오라는 말을 듣고 들어갔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익명으로서 그저 웃자고 하는 잡담을 나누는 건 pc 통신 채팅 이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인지, 여행 중인지 어떤지 모르는 사람들과 한정되었기에 편안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1시경 자러 누웠다가, 불현듯 넘들 생각이 나 한참 울었다. (1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