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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by 운가연 2020. 5. 30.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1.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사람마다 여행을 가는 목적은 각기 다를 테니, 여행을 가는 이유는 사람 수만큼 있을 것이다. 내 느낌으로는 크게 나누면 여행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과 여행지에 가서 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나뉠 테고, 매번 똑같은 목적으로 여행을 가지도 않을 것이다. 쉬고 싶어서 갈 때도, 맛있는 지역 음식을 먹으러 갈 때도,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위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여행을 간 이유도 그때마다 조금씩 달랐다. 혼자 있고 싶어서 -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해외에 나가면 진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었다. -, 해외 여행이라는 걸 해보고 싶어서 -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간다는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다. - 이국적인 경치를 보고 싶어서 등등이 매번 다른 비율로 조금씩 섞여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변치 않은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여행기였다. 배낭 여행을 갈 때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초기에는 스마트 폰이 없었을 때라 공책을 가져갔다. 스마트 폰이 생긴 이후에는 메모장에 간단하게 그때 그때 느낀 감정, 뭘 봤는지를 기록했다. 나중에 여행기를 쓸 때 참고하기 위해서다. 장기 여행을 갈 때는 이런 메모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긴 하다. 이번 여행은 5박 7일이었는데도 돌아와서 메모를 보며, 뭘 쓴 거지? 하고 잠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내가 여행을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많은 걸 보고 싶고, 느끼고 싶고, 맛도 보고 싶고, 무엇보다 그걸 기록하고 싶다. 언젠가 여행기를 출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지금은 거기에 그림이 추가 되었다. 여행 때 그림을 그리고 싶은 로망은 꽤 오래 되었다. 2002년에 3개월 간 태국과 캄보디아 자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림을 그리려고 작은 노트를 가져갔는데 제대로 못 그렸다. 그릴 줄을 몰랐으니까...

작년에 드로잉 강좌 4종을 들었다. 밑그림 없이 펜 하나로 그림을 그리는 법에 대한 강좌였다. 1) 실내 공간 2) 건물/거리 그리기 3) 인물 4) 크로키였다.

이 강좌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로딩 시간이 확 줄었을 뿐더러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달까? 세상에 못 그린 그림은 없다, 내 마음대로 그려도 된다.

크로키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크로키 강좌 또한 많은 힘이 되었다.

이제 내 꿈은 '그림 여행기 출간'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글 파일을 가져오지 않았다.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그리기 위해서였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과 현장에서 보고 그린 건 확실히 다르다. 저녁에 숙소에 일찍 돌아와 시간이 비면 그림을 많이 그려, 돌아온 뒤 그려야 할 그림을 최소화 하고 싶었다. 글도 마감을 빡시게 했더니 잠깐 충전이 필요하기도 헸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못하는/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잠깐 쉬어야 할 필요도 있고, 새로 들어가야 하는 글이 많은 집중력 + 자료를 필요로 해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쓰기는 무리였다. 여행 가기 전에 알고 있다고 마음 편하게 갖자고 주문을 외웠었다.

베트남 여행 전에 이전에 다녀온 춘천 여행 그림을 마무리 짓느라 허덕이기도 했던 터라 이번 여행은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평소보다는 여행 그림이 많아서 뿌듯했지만, 막상 블로그에 여행기를 정리해 올리려고 하니 택도 없어서 사진 보고 그렸다. 아하하;

2. 19년 11월 4일 월요일. 내일 후에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버스 예약을 안했다.;;;

이걸 4일 밤에 숙소에 돌아와서야 깨달았다. ... 여행이 너무 오랜만이었습니다.;;;

 

리셉션에서 다급하게 물어보니 프라이빗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겁내 비쌌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며칠 생활비 수준이었다. 내가 예약 못한 걸 어쩌겠나, 그거라도 타고 가야지, 했는데 리셉션 직원이 내 표정을 읽고 여행사에 전화해 오픈 투어 버스(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시외버스)에 연락해 예약을 해주었다.

감사해요! 크앙- 넘 친절하고 좋은 분이었다.

5일 오전 7시에 짐을 꾸려 리셉션으로 갔다. 전날 밤 늦게까지 있었던 직원이 벌써 나와 있었다. 헉, 하루에 일을 몇 시간 하는 거야;;;; 밤 늦게까지 일하고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건가?;;;;

외진 곳에 있는 리조트라 그랩이 잘 오지 않아 숙소에서 불러 주었다. 숙소에서 시내까지 택시비가 8만 동이었는데, 호이 안에서 후에까지 가는 오픈 버스는 10만 동이다. 우리나라도 물론 시내 택시 가격이 시외 버스보다 비싸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님? ㅋ

버스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기사가 노란 비닐 봉지에 신발을 받은 뒤 건네 준다.

내부는 세로 2층, 가로는 3줄이었다. 슬리핑 버스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좌석이 기본적으로 눕는 형태였다. 물론 당겨서 앉을 수도 있다. 각 좌석마다 지정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의자를 뒤로 제껴도 뒷사람에게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창가 2층에 앉았다. 오르내리기 좀 귀찮지만 그래도 1층보다는 2층이 로망 아니겠어?

슬리핑 버스에서 드로잉

 

중간에 30분 쉬었는데, 2층에서 내려가고 신발 다시 신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 걍 버스에 있었다.

후에까지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후에에 도착해 그랩 택시를 불렀는데 오토바이가 왔다. 내가 뭘 잘못 골랐나? 20대 초반의 앳된 기사는 영어를 거의 못했고, 그랩 앱으로 채팅을 보내며 자기가 내 그랩 기사가 맞다는 걸 보여 줬다.

태국이랑 캄보디아 여행도 해봤고, 캐리어 싣고 오토바이 탈 수 있다는 거 알아. 작은 오토바이 한 대에 3명씩도 타지. 하지만 나는 짐을 싣고 오토바이에 타고 싶지 않았다;;; 안전 제일이라고;;;;

그러나 어쩌랴. 짐을 싣고 오토바이에 올랐다. 오토바이 출발. 내가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는지 멈춰서 헬멧을 주며 "오케이?"라고 묻더라. 헬멧 쓰고 "깜언!(고마워!)"했다.

마음을 편히 갖자. 다들 타고 다니는 거야. 바람 부니 시원하네. 우와 과속방지 선 정도에는 절대 속도를 줄이지 않는군. 반경 2~3미터에 아무것도 없는데 왜 경적을 울리지?

숙소에 도착했다. 돈을 주려고 하니 괜찮다고 했다. 아, 카드 자동 결제구나. 그랩은 기사도 승객을 평가할 수 있다. 나한테 좋은 평가 했다는 걸 슬쩍 보여준 뒤 쿨하게 갔다.

정식 그랩은 이때 처음 타서 살짝 공황이 왔다. 카드 결제 문자가 안 왔기 때문. 제대로 결제 된 건가? 돈이 더 나가진 않았겠지? 저 사람 무사히 돈 받았겠지?

조금 지나서야 왜 문자가 안 왔는지 알았다. 나 지금 베트남 유심 꼈잖아. ㅋㅋㅋㅋㅋㅋ

나도 별 다섯 개 주고, 캐리어도 싣고 오느라 모서리에 등 배기고 무거웠을 텐데 팁을 좀 줄 걸, 하는 마음이 들어 미안했다 .이때는 그랩에서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걸 몰랐다.

후에에 머물며 왜 오토바이가 왔는지도 알았다. 후에는 택시가 거의 없고 오토바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오토바이가 택시보다 훨씬 싸다. 그래도 나는 가능한 한 오토바이보다는 택시를 이용했다.

 

... 오토바이 무서움. 기사 어깨 잡기는 미안해서 뒷부분을 잡자니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지 불안했다. 막상 타보니 꽤 안정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심한 인간이라 안전제일주의랄까;;;

오토바이를 늘 타던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놀랄 일들이 몇 번 있었다. 넓은 인도를 따라 걸으며, 우와, 인도가 넓어, 오토바이 걱정하지 않고 걸으니 좋아, 했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와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심지어 짧은 거리지만 역주행해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도 봄. 뜨아;

하지만 이 일은 인상적인 경험이라 기록했을 뿐, 오토바이 소음에 별 달리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돌아다녔다. 적응도 빠른 인간이라... ^^

3. 후에 숙소는 필그리마 빌리지 휴 Pilgrimage Village Hue 였다.

리조트였다.

2시 체크인인데 좀 일찍 도착했다. 여기서 내 방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다른 방을 싼 가격에 업그레이드 해주겠다고 했다.

 

으음, 상술인데;;;; 원래 잡은 방은 낮은 건물이라 다른 방들과 붙어 있어 조금 시끄러울 터이나 새로 추천하는 방은 독채라 더 조용하고 수영장도 가깝다나?

 

여기서 수영장이 가깝다고 한 부분을 기억해 두기로 하자.

방을 보러 갔다. 호이 안의 실크 센세보다 방이 넓었다. 거기서는 방갈로를 잡지 않았으니. 더블사이즈 침대가 방 한가운데에 있었고, 천장이 높아 침대에 지붕이 있었다. 우와-

숙소 내부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면서야 기둥에 매달린 커튼?을 내려 침대 사방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방이 넓고 거대한 침대가 방 한가운데에 있어 구조가 살짝 불안정해 커튼을 내리면 안정적이 되는 것. ... 언제 공주님 침대에서 자 봤어야지.

동시에 왜 공주님 침대는 기둥이 있고 커튼이 내려오는지도 알았다. 방이 넓고 천장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휑한 곳보다는 밀폐된 곳에서 잠이 잘 오지.;;;;

욕실 공간은 별도로 있었다. 욕조, 샤워실이 있었고, 다른 문을 여니 바깥 샤워실이 나왔다. 담으로 둘러치긴 했지만 천장이 없었다. 순간 빵 터졌다.

필그리마 야외 샤워실

나 : 우와... 햇살 받으며 샤워하는 거임?

직원 : 비오면 레인 샤워도 할 수 있지!

샤워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방을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ㅋㅋㅋㅋ

욕조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과연?;;; 싶었고 못 썼다.

후에를 떠날 무렵에야 리조트를 즐기는 법을 알았다. 

 

이전 자유 여행은 언제나 게스트하우스였다고. 스쿠버 다이빙 업소를 겸하던 곳 제외하면;;; 국내 여행도 걍 역 가까운 모텔 중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지.

그러니까 리조트는, 오전 관광을 한 뒤 돌아와 수영도 하고, 서비스 발마사지도 받고, 서비스 차도 마시고, 쉬다가 오후에 다시 시내에 나가서 노는 곳이었다. 혹은 그냥 리조트에서 호캉스를 즐기거나. 레스토랑이 있으니 여기서만 머물러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오는 유형인지라, 호이 안의 센 실크 리조트나, 여기나 발 마사지 쿠폰을 오후 3~5시에 쓸 수 있다고 해서, 이건 쓰지 말라는 거? 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료 발 마사지를 한 번도 못 받았다. ㅋㅋㅋㅋㅋ

고기도 먹어본 넘이 먹는다고, 리조트도 써 본 사람이 쓸 줄 아는 것이다. 푸크크크크크크크

후에를 떠날 때에야 이걸 깨달았는데, 다음 곳은 그냥 일반적인 호텔이었다.

 

다 경험이다. 배우고 익히지 즐겁지 아니한가.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다음 번 여행은 호텔과 리조트를 번갈아 예약해 호텔 잡았을 때는 열심히 돌아보고, 리조트에서 쉬며 피로를 푸는 걸 반복해도 좋을 것 같다. (19.11.05. 베트남.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