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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by 운가연 2020. 5. 25.

다낭/호이안/후에 #001. 12년 만의 자유여행, 베트남 너로 정했다!

다낭/호이안/후에 #002. 혼자 자유 여행이 처음도 아니거늘....

다낭/호이안/후에 #003. 눈치보지 마,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다낭/호이안/후에 #004. 스무 살 때의 나처럼

다낭/호이안/후에 #005. 혼자 떠난 자유 여행의 맛

다낭/호이안/후에 #006. 유명한 많은 곳을 놓쳤지만, 뭐 어때 (현재글)
다낭/호이안/후에 #007.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다낭/호이안/후에 #008. 나 혼자는 나 혼자 뿐

다낭/호이안/후에 #009. 어느 레스토랑에서

다낭/호이안/후에 #010. 후에 투어, 잇 워즈 뷰우우우우우리풀!

다낭/호이안/후에 #011. 후에, 못다한 소소한 이야기

다낭/호이안/후에 #012.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어떻게든 된다.

다낭/호이안/후에 #013. 나 이거 꼭 해 보고 싶었어!

다낭/호이안/후에 #014.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마저 좋았다.

 

 

집에 와서 보니 호이안에서 꽌꽁 사당, 푸젠 화교회관처럼 유명한 곳은 못 보고 돌아온 것 같았다. 내가 간 곳이 꽌꽁 사당이 맞는지 등을 검색하다 보니 건물 생김새가 달랐다. 내부는 대부분 들어가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다.

 

호이안은 시내 전체가 관광지고, 작은 곳 하나를 들어갈 때에도 입장권을 사야 했다. 입장료에 돈을 아끼는 편은 아닌데, 매표소를 찾기 어려웠고, 마침내 매표소를 찾았을 때는 선택 장애가 왔다. 하나에 12만 동, 6천원인데 다섯 개를 사든 열 개를 사든 딱히 할인은 없었다. 몇 개를 살지 고민하다, 선택 장애의 벽에 부딪쳐 아예 못 샀다.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하하;;;

 

내부를 봤다면 본 대로 또 좋았으리라, 하지만 호이안 거리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너무 좋았기에 새삼 후회하진 않는다.

 

호이안 길에서 산 수첩

할머니가 좌판을 펼치고 손바닥만 한 수첩을 팔더라. 순간 눈이 빛났다. 베트남에서 산 수첩에 베트남 그림을 그리는 것도 로망 아닌가!

 

하나에 2500동, 한국돈으로 약 1250원이었다.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줄이 그어져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고 할머니는 영어를 못했다. 내 스케치북을 꺼내 보여주며 손가락을 선을 긋는 시늉을 하자 이해하시고 비닐을 열고 보여 줌. 오오- 라인이 없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10개는 사고 싶었다. 집에 평생 다 쓸 수 있을지 모를 종이가 있고, 나 재료나 도구 욕심 별로 없는 인간인데... 이건 진짜 꽂혔다. 그래도 도구는 장식이 아니라 써야 맛인데다 가방 7kg으로 무게 제한도 있는지라 2개만 샀다. 이 2개도 언제 다 쓸지 모를 일. ㅋ

 

(현지에서도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사진 보고 그리며 다 쓰긴 썼다. 2개만 사길 잘한 듯. ^^)

 

도구를 다 쓸 때의 짜릿함을 좋아한다.

 

표지 그림이 조금씩 달랐다. 마음에 드는 거 2개를 고르고 5만 동을 내자 할머니가 활짝 웃었다. 내가 흥정하지 않고 그냥 돈을 냈기 때문 같았다. 나이 드신 분이 길에 펼쳐놓고 파는 수첩이고, 비싼 것도 아니라 굳이 깎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도 "깜 언~(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웃으며 나눈 인사에 기분이 좋아져 울랄라 거리를 구경했다.

 

내원교 입구

 

내원교와 내 원고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렸을 때 작가 친구가 "저기 왜 네 원고가 있어?" 라고 해서 빵 터졌다. 아, 직업병 ㅋㅋ

.... 내 악필 때문이 아냐. ㅋㅋ

 

내원교

 

개울 정도의 작은 곳에 가로놓인지라 다리도 짧은데 입장료가 있다. 바깥에서 보이는 게 다인 듯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집에 돌아와 이때 찍은 사진을 보고 호이안 거리 풍경을 여러 점 그렸다.

 

 

 

 

 

베트남에서는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아 오토바이들이 마구 다녀 자나깨나 조심해야 한다. 구경하는데 넋놓다가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 짧은 거리지만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도 봤다.;;;

집에 와서 그림을 그리며, 베트남은 정말 거리 곳곳에 연등이 걸려있다는 걸, 진짜 어디든 오토바이가 없는 사진은 찍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주차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막상 돌아다닐 때는 무심했었다. 돌아와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추억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걸 다시 보게 되는 계기도 되어 주었다.

 

호이안 중앙시장

 

호이안 중앙시장은 우리나라 시장과 느낌이 비슷했다. 작은 먹을거리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옷이나 생필품, 식재료 등을 판다. 안방비치에서 먹었던 가리비와 망고 튀김이 맛있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 이런 시장에서 이거 주세요~ 하고 먹는 거 재미난데... 배가 불러서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다. 히잉...

한참 돌아다니다 배가 꺼져서, 신난다~ 하고 중앙시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이스 피자를 파는 포장마차가 보였다. 혼자 여행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 바로 뭘 먹을 때지. 한 번에 하나 밖에 못 먹으니 늘 신중해야 한단 말이야.

 

고심 끝에 라이스 피자를 먹기로 했다. 라이스페이퍼에 여러 가지를 올려서 튀겨 준다. 새우도 있고 작은 게도 보였는데 고심 끝에 게를 골랐다. 매운 소스와 마요네즈 중 고르라기에 둘 다 되는지 묻자 된다며 한 쪽에 뿌려줌.

 

 

 

내가 먹은 건 오른쪽에 있는 것

 

작은 게다리가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맛있었다. 좋아, 이렇게 또 맛있는 걸 먹었어! ^^

구글 지도에 의지해 나름 알아보고 간 관광지들을 보려 했지만, 결국 어디가 어디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아. 즐거웠어.

 

 

 

 

 

 

길에 있던 조각. 베트남 위인이겠지?

 

 

슬슬 다리가 아팠다. 투본 강이 보이는 예쁜 곳에 들어가 가벼운 맥주를 하며 쉬고 싶어졌다.

 

투본 강가에는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었는데 해피 아우어라고 1+1로 맥주나 칵테일을 파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생맥주 한 잔에 4000동, 우리 돈으로 200원이었다. 이게 베트남 물가로도 엄청 엄청 싼 가격인 게, 외국인 오지 않는 로컬 레스토랑도 맥주 355 한 캔에 35000~40000동, 우리 돈으로 2천원 정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 작은 유리컵에 주는 게 아닐까 싶긴 해도 진짜 싸긴 싸다.

근데 내가 맥주 부어라, 마셔라 할 건 아니고...

일단 멍 때리며 거리를 걸었다.

 

투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저 조형물이 일종의 핫 스팟인지 돌아가며 한 명씩 사진을 찍었다. 나는 혼자라 걍 조형물만 찍었다. 저기 서 계신 분은 모르는 분이다;;; 사람이 없을 때 찍기는 불가능했다.;;;

 

 

 

 

 

수채화 킷을 가져가기는 했는데 막상 현지에서는 한 번도;; 수채화를 그리지 않았다. 앞으로는 펜만 가져가리라. ...​

 

 

 

마침내 장소를 정했다. 칵테일 1+1을 준다는 곳에 들어갔다. 혼자서 2잔을 앞에 두니 몹시 기뻤다. 여기서 아까 산 수첩을 시험해 보았는데 펜을 넘나 잘 먹는 거. 사기 잘했다. 꺄하하하하하하

 

내가 들어간 레스토랑 내부

종업원들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싶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바깥에 있다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2층에서 투본 강과 연등이 내려다 보였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 확실히 생동감은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여행가면 더 많이 그려야지. ^^

칵테일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고, 멍을 때리며 지친 다리를 쉬다 다시 나왔다. 바로 뒤편이 야시장이었다. 베트남에 한국군이 거주하는지, 군복을 입고 나온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야시장에서 바닷가재를 한국 돈 15000원 정도에 판다는 게 보였다. 해산물, 특히 갑각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미 잘 먹어 배가 부르다는 게 몹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래, 뭐, 어떻게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사나. ㅋㅋ

마사지 호객꾼, 가방이나 지갑을 싸게 파는 호객꾼들이 많았다.

 

마사지는 해도 좋았을 텐데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 호객꾼이 너무 많아 일단 다 노땡큐를 하다 보니 지나친 것 같기도?

 

베트남 여행 때는 마사지를 한 번 밖에 못 받았다. 내 저질 체력에 견주어 많이 걸으며 다녔는데 더 받을 걸, 이건 아쉽다. 다음에 가면 많이 받아야지. 계속 걸으며 여행해 4~5일 지나니 다리가 엄청 힘들었다.

투본강에 띄운 연등을 켠 배를 타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았다. 여행 전에 다낭, 후에, 호이안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못찾고 왔는데, 여기가 왜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알겠더라. 밤문화가 발달했다!

12년 만에 혼자 여행을 나오기 전, 저녁에 할 일 없이 멍 때리게 될까 무서워 넷플릭스도 다운 받아 왔는데 늘 늦게까지 돌아다니고 놀다 돌아올 수 있었다.

부부 단위로 온 단체 관광객이 있었는데 가이드가 한 부부씩 배에 태우며 "사모님! 여기 보세요!" 하며 일일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가이드 분 진짜 고생한다 싶었다. 단체 여행 때 가이드 수고비가 책정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요금이나 기념품 가게에서 커미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가이드 분들의 노고가 좀 더 인정받고 제대로 요금이 책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는 건, 적어도 나는 이날 "사장님, 여기 보세요!"는 듣지 못했다는 거다. 부부가 함께 타도 가이드는 사모님을 불렀다.

여담인데, 우리나라 관광객에서 커플 혹은 부부 단위로 온 경우 대부분 남자가 여자를 찍어 준다. 여자가 남자를 찍어 주는 모습은 적어도 나는 못 봤다.; 그런데 서양인은 여자도 남자를 찍는 모습이 흔하게 보였다.

 

 

 

집에 와서 그린 투본 강 야경. 작년 11월에 다녀온 여행이라 어느새 2개월(그림 그린 시점 기준)이 넘게 흘렀다. 시간이 지나면 강한 기억은 남고 약한 기억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베트남 여행을 돌아볼 때마다, 투본 강가에 앉아 연등을 켠 배와 강에 흘러가는 소원등을 바라보던 순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2019.11.04. 베트남. 호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