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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고양행주문화제 - 행주산성 야간개장

by 운가연 2023. 5. 21.

1. 어젯밤 행주산성 야간개장을 검색했다.

 

안내 포스터

 

덕수궁 야간개장을 다녀온 여파였다. 그러고 보니 행주산성도 야간개장 한다는 말을 들은 듯했던 것.

그런데 이게 웬걸? 바로 지금, 5월 19일~21일 사흘간 고양행주문화제를 연다고 했다.

이때가 아니면 오후 5시 입장 마감, 6시까지 있을 수 있기에 야경을 찍을 수 있는 귀한 기회라나.

여러 행사와 함께 20일 밤에는 드론쇼와 불꽃놀이, 21일에는 불꽃놀이만 한다고 했다.

드론쇼라,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궁금했다.

안 갈 수가 없잖아!

 

2. 내일까지니 가볼 분들은 고양행주문화제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자세한 행사표가 있다. 불꽃놀이 시간표는 프로그램->대표 프로그램에 따로 나와 있고,

시간은 8시 50분이다.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행주산성 주차장에서 도로를 오가는 구간에서 차는 사람이 걷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엄청 막히니 차를 가져갈 분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http://www.hjfestival.or.kr/2023/html/

 

고양행주문화제

 

www.hjfestival.or.kr

 

3. 드론쇼를 보려면 오늘 필히, 5시 전에 목표량을 채워야 했다.

 

하필 오늘 작업은, 숨턱막;; 파일 열기도 힘든;;;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예정보다 조금 늦었지만 해냈다!

 

문제는 차편이었다.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서 지하철과 버스를 둘 다 이용해야 했다.

길찾기 경로를 훑다 보니 921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921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다는 거.

내가 검색해 본 시간 기준으로 70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크흑-

경의중앙선을 타고 능공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가기로 했다.

 

4. 아뿔싸. ...

 

11번 마을버스를 타고 행주산성에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 만석.

재택근무라, 이런 콩나물시루 버스 진짜 오랜만.

자차로 행주산성에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길이 꽉 막혀 걸어가는 게 나았을 각이었다. ㅋㅋㅋㅋㅋ

 

작년에 갔던 설악산 거북이 버스가 생각났다.

설악산에서 한참 먼 곳에서 탔던 터라 내가 탈 때는 텅 비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났던 나는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니 버스 콩나물 시루. 네이버 지도로 현재 위치 확인.

다시 잠듬.

깨서 현재 위치 확인. 아까와 같은 곳. 잠깐 졸았나?

잠듬.

깼는데 여전히 제자리.

뭐지? 그제야 주변을 살피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버스를 추월하는 모습을 봄.

그제야 길이 막혀서 버스가 서 있다는 걸 알았다. 껄껄-

심지어 목적지가 다음 정거장이라 사이에 내릴 역도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역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여기서 내렸고,

오래 걸려도 버스에서 앉아 가는 게 낫다 싶은 어르신들은 남는 듯했다.

 

사람들 가는 데로 따라 올라갔다.

한강에 붙어있는 행주산성 역사공원이 행사장이었다.

 

왼쪽만 조명. 색깔이 따라 괴기스러운 분위기 연출. 꺄-

나는 8시 경에 도착했다.

돗자리를 가져온 사람들로 이미 빽빽했고, 행사장 앞도 물샐 틈이 없었다.

 

언젠가 사람 많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생각한 이후부터 나는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스스로에 대한 무한 긍정을 인질 삼아 각자도생을 설파하는 자기계발서 류는 딱 질색이고

마음 다스림 운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여기지만 - 시스템에 오류가 있는데 마음만 편히 먹으면 된다고라고라? -

생활 속에서 맞게 되는 작은 스트레스, 여행/나들이에서 겪는 일들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편하고 재미나게 보낼 수 있다.

나도 다른 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군중 중 하나다. ㅋ

 

적당히 역사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무대에서 무슨무슨 관계자들의 인사말들이 이어졌다.

트럭 푸드코트가 보였다. 닭꼬치, 스테이크, 멘보샤 등을 팔았다.

출출했으나, 다 먹고 쓰레기통 찾아 헤맬 생각만 해도 귀찮ㅋㅋㅋ아서 구경만 했다.

 

5. 여기서 잠시 고민.

 

쟈철 타고 버스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여기까지 오면서, 준 여행 기분을 느끼기 바랐다.

그런데 내내 주차장만 걸은 기분;;;;

구조상 한강도 잘 안 보이고...

행주산성에 왔으면 돌담 같은 거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냐? 싶은 거.

카카오앱과 네이버앱을 붙들고 씨름을 한 끝에

여기서 10분 정도를 가야 행주산성, 아마도 내가 바라는 돌담이 있는 곳이 나올 것 같다는 감을 잡았다.

그런데 행주산성을 돌아보고 오면 자칫 드론쇼를 못 볼 것 같았다.

행주산성이 은근 나무가 많아서 하늘이 잘 안 보이면?

1년에 한 번, 딱 오늘 하루 하는 드론쇼인데 잠깐 다른 데 갔다가 놓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돗자리 사이 적당한 곳에 쭈그리고 앉았다. 혼자니 어떻게 되더라. ㅋ

잠시 돌아다니는 동안 관계자 인사말은 끝나고 행주산성과 권율 장군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 진행 중이었다.

 

뮤지컬을 보는데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반대편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뭐지? 하고 돌아서서 보니 멀리 한강 너머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누군가 "저건 김포에서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겹치지 말라고 늦게 하는 건가?" 라는 소리도 들렸다.

드론쇼 시작 시간인 8시 반이 훌쩍 넘어 있던 것.

나는 그보다는 인사말이 예정보다 길어졌거나 등등으로 늦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뮤지컬을 중간에 끊고 드론쇼로 갈 수는 없잖아.

 

뮤지컬

야외 공연은 사람들의 집중도가 좋지 못한 지라 배우들이 진짜 힘들었겠다 싶더라.

나도 집중해서 관람하기 어려웠다. 노래는 가사가 안 들려도 음을 듣겠는데 대사는 진짜 안 들렸음. ㅠ

 

드론쇼를 기다리며 그린 그림.

 

드론쇼를 그리며 그린 그림. 고양이와 직선은 수첩에 인쇄되어 있던 거.

 

6. 마침내 드론쇼

 

드론들이 다양한 조명쇼를 펼쳤다. 안타깝게도 내가 있는 곳에 가로등이 있었다!

가로등 피하자고 움직이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밀접해 있어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다른 관람자들에게 방해될 것 같아서 그냥 봤다.

 

엄청 연습했겠지? 어디서 연습했을까? 낮에 했을까? 밤에 조명 켜고 하면 보일 테니? 등등의 생각을 했다.

 

난 아이가 있으면 편하게 보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편이었는데, 아이 부모가 내가 양보해주는 걸 너무 당연히 덥썩 치고 들어와 우띠, 했다. ...

가벼운 턱 묵례 정도로 고맙다는 시늉이라도 하면 좋잖아? ....

참고로 아이들을 주의시키는 부모가 훨씬 많았다.

낵아 괜히 배려했다 혼자 맘 상한 거. ㅋ

 

7. 다음은 불꽃놀이였다.

 

동영상 엄청 찍었다. 사진만 한 장 올리는 걸로.

 

불꽃놀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마스크를 쓰고도 화약냄새를 느꼈을 정도.

내 목표는 드론쇼였는데 불꽃놀이가 훨씬 화려하고 보기 좋았다.

드론쇼 때도 불꽃놀이 때도 사람들이 환호를 질러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고조되었다.

우주의 탄생 같은 장면이다.

한편으로 죄책감이 들었는데;; 불꽃놀이가 환경에 그렇게 안 좋다고.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불꽃놀이 하지 말자는 글을 읽은 기억이... 흑흑

 

불꽃놀이를 마지막으로 행사가 끝났다.

행사 진행 요원들이 "아이들이 있습니다! 천천히 움직여주세요!" 라고 열심히 소리 치며 질서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태원 참사가 있는지 불과 6개월이다...

 

8. 돌아오며...

 

도로에서 차들이 걷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렇다고 걷는 것도 마냥 편한 건 아니었다. 사람이 엄청 많아서 주말 홍대역 8번 출구나 출퇴근 시간 회사구역 지하철 역을 방불케 함.

 

행주산성에 가고픈 마음이 불쑥 불쑥 치밀었으나, 허리도 아팠고, 다들 집에 가지 이 시간에 행주산성 산책로 걷는 사람 있을까 싶고, 낯선 곳에서 밤에 걷기 불안해 걍 얌전히 집으로 가기로 했다.

921번 버스가 15분 후 도착 예정이었고, 잘 하면 그 시간에 맞춰 가 집에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것도 한 몫했지.

그러나 멍 때리고 걷다 길 지나쳐서 아슬아슬해짐.

빨리 걷다 뜀.

921번 버스가 보임.

지도상 나는 길 건너편에서 타야 하는 것 같았음.

배차 간격이 1시간 이상인 버스가 우연히 비슷한 시간에 서로 지나간다?

이상하긴 했다. ........

나는 그 버스를 보내고 길을 건넜고, 그 버스가 맞았다는 걸 알았다. ..........

 

아, 진짜 혼자 빵 터져서 미친듯이 웃었네.

 

다행히 다른 버스가 왔다. 노선은 좀 복잡해졌지만, 직행에 가까워서 당산까지 20분도 안 걸림. 오, 좋은데?

 

9. 내년을 위한 기록

 

1) 혹시 모르니 얇은 겉옷 가져가자.

2) 11번 마을버스 타지 말자. 너무 막힌다. ㅋㅋ

3) 가로등과 떨어진 곳에 자리 잡자.

4) 지하철, 버스 여러 번 갈아타는 것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목록에 넣자.

해외여행 갈 때면 비행기도 타면서, 뭘 버스와 지하철에 움츠러드나. ㅋ (23.05.20.)